조재영 개인전 'One Breath Two Breaths'
붉은 새 해체한 형상으로
탄생·소멸하는 궤적 표현
8월 16일까지 우손갤러리
서울 성북동 우손갤러리 2층 전시실. 거대한 붉은 새 형상의 모빌 여덟 점이 공기 중의 미세한 숨결에도 느리게 몸을 흔든다.
종이로 빚어진 날카로운 새의 부리, 그 안에서 흘러내린 붉은 내장이 시선을 압도한다. 분명히 살아 있는 듯이 보이는 강한 생명성 때문이다. 이 작품을 만든 주인공은 조재영 작가. 현장에서 만난 그는 내장이 훤히 드러난, 그러면서도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새를 앞에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조각은 기본적으로 가변(variability)하는 예술이 아닐까. 조각이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고, 그런 가변성을 작품에 담아내려 했다. 이 세계에 과연 고정된 실체란 게 있을까? '실체가 따로 있지 않다'는 생각을 조각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조 작가의 개인전 'One Breath Two Breaths'가 우손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했다. 이번에 소개된 조 작가의 신작 20여 점은, 그가 최근 인류학에 천착하며 맞닥뜨린 사유와 고민의 결과물들이다. '주체나 실체는 고정값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일이 일어날 때는 인간이 파악할 수 없는 세상의 엮임이 발생하고 있다'는 작가의 깨달음이 작품과 맞닿아 있다.
언급된 작품 'The Ritual of the Red Birds'는 그런 점에서 단지 죽은 새들의 재현만은 아니다.
새들은 허공을 떠돌다 소멸하는 존재들이다. 새떼는 자기만의 행로를 따라 어디론가 가다가 죽음을 맞는다. 탄생과 소멸의 무한한 궤적, 그 미지의 선 하나가 새의 정체성을 이룬다. 조 작가의 작품에선 이제는 세상에 없는 새들이 한때 품었던 긴 궤적의 최후를 사유하게 된다. '세계의 흐름'에 대한 짙은 사유는 단지 새들만의 일이 아니라 인간의 일임을 감각하게 된다.
"세상의 개체는 독립체가 있지 않고 개체들의 '엮임'으로써 한 세계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최근 인류학을 유심히 공부했는데 영국 인류학자 팀 잉골드의 '라인스: 선의 인류학(원제 Lines: A Brief History)'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어떤 힘을 이번 작품들에 반영했다. 새의 내장이 드러나는 건 그 개체의 해체와 관계되는데 이건 과연 '나'란 고정값으로 존재하는가. 우리는 세계와 관계를 맺으며 변형되고 확장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는 아닐까." 전시는 8월 16일까지.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