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열린다"…'대선 포퓰리즘'에 경고 날린 한은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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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라면을 고르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라면을 고르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 /연합뉴스

"인플레이션이 온다."

대선을 하루 앞두고 '포퓰리즘 공약'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가뜩이나 치솟은 물가가 '돈 풀기' 정책에 더 오를 수 있다는 진단이 한국은행 행사에서 나왔다. 한은이 선심성 공약에 우회적으로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프란체스코 비앙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2일 한국은행이 주관한 '2025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재정이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비앙키 교수는 "코로나19 기간에 OECD 회원국의 불어난 재정지출이 물가를 자극했다"며 "불어난 정부 씀씀이가 회원국에서 포착된 높은 물가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0~2023년 OECD 회원국 가운데 37곳의 재정 씀씀이와 해당 국가의 물가를 바탕으로 이같이 추산했다.

그는 "코로나19 동안 물가가 치솟으면서 이들 국가의 실질 재정부담이 큰 폭으로 줄었다"며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의 실질 가치를 하락시켜 정부의 채무부담을 일부 덜었다"고 설명했다. 비앙키 교수의 분석은 불어난 재정이 물가를 자극한다는 노벨 경제학자인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와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의 '재정 인플레이션'과 맥을 같이 한다.

비앙키 교수 분석처럼 한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코로나19가 불어닥친 2022~2023년에 물가가 큰 폭으로 뜀박질했다. 한국의 경우 2022년과 202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 3.6%를 기록했다. 한은과 정부의 물가 목표치(2.0%)를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인플레이션 상황은 국가의 실질 빚 부담을 덜어준다. 고물가로 통화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가채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내심 반길 것이라는 진단도 내놨다. 찰스 굿하트 영국 런던 정경대 명예교수 등은 2021년 발간한 인구 대역전이라는 서적을 통해 "공공부채 비율이 고공행진하고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부채의 실질 가치 하락을 위해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선호할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돈 풀기' 공약을 쏟아내는 만큼 이 같은 분석을 가볍게 흘려듣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침체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30조원대 추경을 예고한 바 있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주요 공약의 필요 재원은 각각 210조원, 150조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공약의 재원 조달 구체성은 구체적이지 않다. 국채 발행을 비롯한 빚으로 이 같은 공약의 재원을 충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비앙키 교수의 분석처럼 차기 정부의 확장 재정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말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부채(D2) 비율은 54.5%로 추정됐다. IMF가 비교 대상으로 꼽은 주요 비기축통화국 11곳 평균(54.3%)을 처음 웃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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