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父 증거 인멸, 담당서는 방치"…장윤기 사건에 신뢰 '붕괴'

1 week ago 5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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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를 받는 '장윤기 사건'이 대한민국 형사사법 시스템의 신뢰를 뒤흔드는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범죄자 아들을 위해 증거를 인멸한 현직 경찰 간부 아버지와, 초동수사 부실 및 유착 의혹을 받는 경찰 조직의 실체가 하나둘 드러나며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장윤기(23)는 지난 5월 5일 새벽 광주 도심에서 하교하던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하고, 다른 학생까지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그에게 일반 살인보다 형량이 무거운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장윤기 자취방에서 발견된 성인용품(리얼돌)의 목·가슴 부위가 훼손된 점을 근거로, 검찰은 범행에 성범죄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작 장윤기는 지난달 첫 재판에서 다른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성범죄 목적'은 부인하고 있어, 훼손된 리얼돌의 존재 여부가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 "일반 시민이라면 가능했겠나"…도를 넘은 증거 인멸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사건을 '대한민국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사건'으로 규정했다. 천 원내대표에 따르면, 장윤기의 아버지인 현직 경찰 간부는 아들의 범행 직후 증거를 폐기한 정황이 뚜렷하다.

더 충격적인 대목은 그 과정에서 드러난 조직적 유착 의혹이다. 경찰은 장윤기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뒤 원룸 주소와 출입 비밀번호를 아버지에게 넘겼고, 아버지는 이를 이용해 현장에 들어가 핵심 증거를 훼손·폐기했다. 실제로 아버지인 장 경감은 사건 발생 사흘 뒤인 5월 8일 아들의 자취방을 정리하며 리얼돌을 여러 조각으로 해체해 버리고, 구형 휴대전화 등 소지품도 불에 태워 없앤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형법상 친족 간 증거인멸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 특례 규정이 적용돼, 장 경감은 이 건으로 형사 입건되지는 않았다.

경찰의 초동수사 자체도 허술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차량을 압수수색하고도 정작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확보하지 않았고, 결국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야 차량 안에 숨겨져 있던 메모리카드가 뒤늦게 발견됐다. 여기에 더해, 리얼돌에서 검출된 장윤기의 DNA 감식 결과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나온 지 6주가 지나서야 검찰에 추가로 전달된 사실도 드러나, 경찰 수사가 의도적으로 지연되거나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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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동수사팀장 긴급체포…'부실 수사' 넘어 '증거인멸 가담' 정황

이러한 의혹 속에 광주경찰청은 자체 감찰을 거쳐 사건 초동수사를 지휘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수사팀장(A 경감)을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 경감은 지난 5월 5일 사건 직후 범행에 쓰인 SUV 차량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증거 일부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긴급체포된 것은 이 수사팀장 1명이며, 나머지 수사팀원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22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중심으로 꾸려, A 경감의 증거인멸 경위뿐 아니라 △당시 수사팀원이 가해자 부친과 부적절하게 통화했다는 의혹 △리얼돌 등 핵심 증거물을 고의로 회수하지 않았다는 논란까지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장윤기 부친이 사건 담당 경찰을 통해 수사 진행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아들과의 통화를 경찰 입회하에 연결받았다는 의혹도 별도 감찰 대상에 올라 있다. 다만 이 유착 의혹 부분은 아직 수사·감찰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사실관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경찰 안팎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에 감찰을 통해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규명하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에 크게 금이 갈 것"이라는 경찰 내부 관계자의 언급이 전해지기도 했다. 수사기관이 범죄자 가족의 증거 인멸을 사실상 도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광주 광산구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 1층에 마련된 이채원 학생 기억공간에서 한 시민이 이 양을 추모하고 있다. 장윤기(23)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이 양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시민들의 공간은 49재까지 운영됐다. 사진=연합뉴스

광주 광산구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 1층에 마련된 이채원 학생 기억공간에서 한 시민이 이 양을 추모하고 있다. 장윤기(23)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이 양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시민들의 공간은 49재까지 운영됐다. 사진=연합뉴스

◇ "검찰 수사 기능 축소·폐지, 국민 안전 위한 길인가"

이번 사건은 정치권의 화두로도 떠올랐다. 천 원내대표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번 사건에서 경찰의 안일한 수사를 검찰의 보완수사가 대신해 범행 동기를 명확히 밝힐 수 있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점을 언급하며, 정부가 스스로 검찰 보완수사의 역할을 인정한다면 그 기능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길인지 국민 앞에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찰력 집행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어떠한 특권과 예외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범죄자의 가족이든 현직 경찰이든 법과 원칙 위에 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장윤기 본인과 아버지, 그리고 이와 관련된 경찰 조직의 증거 은폐 및 범죄 협조 정황을 면밀히 살펴 책임 있는 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대한민국 공권력의 신뢰를 시험대에 올린 이번 장윤기 사건은, 단순한 살인 사건을 넘어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과 맞물려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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