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프리미엄 제동…"상장사 M&A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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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으로 상장사 인수합병(M&A)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주주에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M&A 과정에서 기업 실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인수 계약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대주주 지분만 30~4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 사들이는 방식의 거래가 많았다. 이 같은 거래에서 실사는 핵심적인 과정으로 꼽힌다. 재무제표, 계약 관계, 지식재산권 등 모든 정보를 검증할 수 있어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부채, 소송 리스크 등도 찾아낼 수 있다.

상법 개정으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도입되면 이 같은 실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내밀한 정보까지 들여다보는 실사가 별다른 제약 없이 이뤄지면 대주주만 이익을 보는 거래를 이사회가 묵인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김지평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경영권 프리미엄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 필요한 실사를 허용하는 것은 주주 충실의무 위반 여지가 있다”며 “충분한 실사 없이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에 나서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계열사 상장과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한 기업의 자금 조달 활동도 한동안 뜸해질 전망이다.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 관련 결정을 내리더라도, 단기적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한편 상법 개정과 별개로 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독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법안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정부가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법안이 통과하면 실사 여부와 상관없이 대주주 지분만 프리미엄을 붙여 매입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작년 6월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포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경영권과 무관하게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확보하면 잔여 주식을 모두 공개매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2022년 금융위원회가 도입하려 한 의무공개매수 제도보다 강한 수준이다. 금융위가 내놓은 개정안은 25% 이상 지분 인수자가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인수 가격으로 ‘50%+1주’ 이상 매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하다가 폐기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주 손해에 대한 추후 소송 가능성으로 여러 자금 조달 방식에 관한 내부 심의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법무법인 등에 자문을 구하며 의사 결정을 유예하는 기업도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한종/최석철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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