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과 컴플라이언스: 과반 지분의 착시 [바른 컴플라이언스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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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과 컴플라이언스: 과반 지분의 착시 [바른 컴플라이언스리포트]

한태영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입력 : 2026.05.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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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50%가 경영권을 보장하지 않는 이유, ‘대표이사’라는 장벽

회사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서 흔히 오해되는 명제가 있다. “과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과반수 지분을 가진 주주이자 이사라 하더라도, 그가 대표이사가 아니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대표이사는 회사의 업무집행권과 대외적 대표권을 보유하고, 실무상 이사회 소집과 회사 자료, 인감, 계좌, 임직원 조직에 대한 접근을 장악하는 경우가 많다. 관계가 원만할 때는 보이지 않던 권한의 차이가 분쟁이 발생하는 순간 결정적인 힘의 차이로 드러난다.

물론 과반주주는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고 이사회 구성을 바꿀 수 있다. 일정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고, 회사가 지체 없이 절차를 밟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총회를 소집할 수도 있다. 상법 제366조도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 주주에게 이러한 권리를 인정한다. 그러나 ‘권리가 있다’는 것과 ‘즉시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 대표이사가 총회 소집을 지연하거나, 이사회 운영을 장악하거나, 회사 자료 제공을 거부하거나, 우호세력을 통한 신주·전환사채 발행을 추진하면 과반주주는 본안소송은 물론, 임시주총 소집허가 같은 법원 비송절차와 각종 가처분을 병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은 급격히 늘어난다.

이는 비단 과반주주가 지명한 이사들이 이사회에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는 문제다. 대표이사가 아닌 이상 정관 및 이사회 규정에서 정한 절차를 밟아 이사회를 소집할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개최금지가처분을 신청하게 되는데, 만약 감사가 대표이사에 우호적이라면 다른 이사들은 이사회개최금지가처분 신청이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른 채 이사회개최금지가처분이 대표이사에게 유리한 진술과 상황만이 근거로 인용될 가능성도 있다. 과반주주는 손 한번 못 써본 채 이사회를 개최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맞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사례가 종종 확인되곤 한다.

[제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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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율은 출발점일 뿐, 승패는 정교한 ‘가처분 전략’과 ‘컴플라이언스’에 있다

이때 과반주주로서 권리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적절한 가처분의 활용일 것이다. 민사집행법 제300조는 현상 변경으로 권리 실행이 곤란해질 경우의 가처분뿐 아니라, 다툼 있는 권리관계에 관해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도 인정한다. 특히 계속되는 권리관계에 현저한 손해나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가능하므로 본안판결 전까지 누가 회사를 움직일 수 있는지를 정하는 임시적 지배구조 결정 장치로서 활용할 수 있다.

실무상 활용되는 가처분은 다양하다. 상대방이 절차상 하자가 있는 주주총회를 강행하려 하면 주주총회개최금지가처분을, 이미 결의가 이뤄졌다면 주주총회결의효력정지가처분을 검토할 수 있다. 특정 주식의 귀속이나 의결권 제한 여부가 결의 결과를 좌우한다면 의결권행사금지 또는 허용 가처분이 문제 된다. 회사가 적법한 주주제안 안건을 배제한다면 의안상정가처분도 고려된다.

이사회 단계에서는 이사회개최금지가처분, 이사회결의효력정지가처분, 대표이사 또는 이사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이 중요하다. 특히 이사선임결의의 무효·취소 또는 이사해임의 소가 제기된 경우 법원은 가처분으로 이사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거나 직무대행자를 선임할 수 있고, 급박한 사정이 있으면 본안소송 제기 전에도 가능하다.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 인감, 자료, 임직원 조직을 이용해 경영권 방어행위를 한다면 이러한 가처분은 과반주주에게 사실상 유일한 신속 대응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지분 희석을 통한 방어가 의심되면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금지가처분이 핵심 수단이 된다. 회사 자료 접근이 차단된 경우에는 회계장부, 이사회 의사록, 계약서, 법인계좌 자료 등에 대한 열람·등사 등 관련 신청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결국 경영권은 지분율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과반 지분은 출발점일 뿐, 실제 경영권은 정관, 주주간계약, 이사회 구성, 대표이사 권한, 자료 접근권, 그리고 분쟁 시 가처분 전략에 의해 좌우된다. 기업 컴플라이언스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평온할 때 대표이사 권한, 이사회 소집절차, 인감·계좌·자료 관리, 데드락 해결조항을 정비하지 않으면, 분쟁이 발생한 뒤에는 모든 절차가 비용이 되고 모든 시간이 손해가 된다. 과반주주라면 지분율만 믿을 것이 아니라, 회사의 절차를 움직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미리 갖춰야 한다.

[바른 컴플라이언스리포트]에서는 법무법인 바른 기업법무2그룹 변호사들이 기업경영에 필요한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주제별로 선별해 연재합니다. 한태영 변호사는 M&A, 경영권 분쟁, 컴플라이언스 분야 전문가로 2026년부터 법무법인 바른의 컴플라이언스팀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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