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O(글로벌투자책임자)직을 내려놓을 겁니다. 이사회에만 집중하는 형태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젊은 경영진, 젊은 기술자들을 믿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기에 이사회 역할만 충실하게 할 생각입니다."
그간 GIO를 맡았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사진)는 26일 경기 성남 소재 제2 사옥 1784에서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데 대해선 "주주분들이 승인해줘 감사하다. 네이버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니 많이 기대해달라"고 밝혔다.
그는 주총이 끝난 직후 열린 이사회를 거쳐 의장직에 올랐다. 이 의장이 GIO직을 내려놓은 대신 전략 투자 부문에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전략 사업 부문에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가 빈자리를 채운다.
네이버는 "전략 투자와 전략 사업 부문은 최수연 대표 이하 신진 리더십이 이끌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네이버 인공지능(AI)의 경쟁력이 성장할 것이라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그는 "구글의 영향에 맞춰서 25년 동안 견디고 살아왔던 회사였고 항상 어렵다"며 "검색, 동영상, 숏폼, AI 등에서 늘 정면 승부하기도 어렵고 저희만의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찾기에는 굉장한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희가 지금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있고 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바일 시대 때 해외로 진출했듯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네이버의 새로운 움직임들이 많이 활발해질 것이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빅테크와의 AI 협업 계획도 제시했다. 이 의장은 "네이버도 엔비디아라든지 여러 가지 협력 모델 같은 것을 예전에도, 지금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검색 엔진이 저물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의장은 "한국에서 구글만이 아니라 네이버도 사용하는 것처럼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건 큰 의미가 있다"며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검색 엔진이 오히려 확장하고 있어 인터넷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네이버의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CEO·최고경영자)는 3년 동안 'AI 에이전트'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서비스를 자주 공개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내놨다.
이 의장이 복귀로 가장 달라질 점으로는 글로벌 투자책임을 꼽았다. 최 대표는 "이해진 창업자님이 이제 이사회 의장으로서 이사회를 이끄는 역할을 하시는 만큼 경영진인 저에게 조언하거나 회사 철학을 이식시키는 그런 역할은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글로벌 투자라든지 사업을 이끄는 책임이 경영진에게 내려왔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기 경영 키워드는 'AI'와 '글로벌'을 지목했다. 최 대표는 "작년에 발표한 대로 좋은 네이버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네이버의 모든 것을 AI 기반으로 바꿔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며 "글로벌 진출과 투자 그리고 글로벌에서 예전 라인과 또 웹툰 사례에 이어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AI 서비스는 연내에 계속 발표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온서비스 AI는 연내에 계속 발표될 것"이라며 "얼마 전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AI 커머스를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들어갔고 내일도 AI와 검색 서비스를 결합한 'AI 브리핑' 서비스가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발견 탐색부터 트랜잭션까지 해주는 에이전트 형태의 서비스도 준비 중이고 커머스 영역에서는 가장 날카롭게 세계에서 제일 좋은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빠르면 연내에 그 모습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