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진 이시바 퇴진론… “사퇴 없다” 부인에도 당내선 후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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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거취 둘러싸고 日정국 혼란
아소 前총리, 공공연히 “사퇴” 언급… 고바야시 前장관도 “패배 책임져라”
이시바 지지율 22.9%로 계속 추락… 日 주요 언론들은 자진 사퇴에 무게
韓日 관계개선 당분간 속도 못낼 듯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미국과 타결한 통상 합의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요미우리,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은 최근 잇따른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그가 사퇴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지만 이시바 총리 본인은 부인했다. 당분간 일본 정계의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AP 뉴시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미국과 타결한 통상 합의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요미우리,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은 최근 잇따른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그가 사퇴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지만 이시바 총리 본인은 부인했다. 당분간 일본 정계의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AP 뉴시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23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등 전직 총리 3명과 만났다고 마이니치신문 등이 보도했다. 20일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 패배로 집권 자민당 안팎의 사퇴 압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시바 총리가 전직 총리들을 만나 거취 문제 등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은 이시바 총리가 조민간 퇴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이시바 총리가 직접 취재진에게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등 총리 거취를 둘러싸고 일본 정국이 혼란에 빠진 분위기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가 거세고, 이시바 총리의 지지율이 20%대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그가 ‘버티기’ 기조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미 차기 총리 후보로 자민당에선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농림수산상,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郎) 전 디지털담당상, 기시다 전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상 등이, 야권에선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국민민주당 대표 등이 거론된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주요 인사 중 강경 보수 색채가 비교적 옅은 편이고 한국과의 관계 또한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런 그가 물러나면 양국 관계 개선에도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이시바, 선거 3연패에 ‘휘청’… 커지는 퇴진 목소리

이시바 총리가 이날 만난 전직 총리 중 아소 전 총리는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 패배가 결정됐을 때부터 이시바 총리의 사퇴를 공공연하게 거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민당 내 거물로 파벌 ‘아소파’를 이끌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교도통신이 21, 22일 진행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시바 내각을 지지한다”는 답은 22.9%로 한 달 전보다도 9.6%포인트 하락했다. 이시바 내각 출범 이후 최저치다. 또 응답자의 51.6%는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이시바 총리 퇴진 목소리가 커지자 일본 주요 언론들은 그의 자진 사퇴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이시바 총리 퇴진’ 기사가 실린 호외도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중의원(하원) 선거, 올 6월 도쿄도의회 선거, 참의원 선거까지 이시바 정권이 치른 세 번의 주요 선거에서 자민당이 모두 패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해 1955년 자민당 창당 후 처음으로 양원에서 동시에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지게 된 것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자민당이 보수를 대표하는 목소리를 내며 일본 정계를 주도해 온 이른바 ‘55년 체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참의원 선거 후 줄곧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지만 당내 반발 여론은 거세다. 특히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패했던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전 경제안보상은 “당의 톱으로 (선거 패배의) 책임을 받아들이라”고 사퇴를 종용했다.

지지통신 등은 이바라키현, 도치기현, 고치현 등 상당수 지역의 자민당 조직에서 이시바 총리의 사퇴를 당 본부에 요청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후지TV는 일부 의원들이 자민당 총재 선거를 다시 실시해 이시바 총리의 사퇴를 유도하려 한다고 전했다.

● 여론조사선 다카이치 vs 고이즈미 2파전

한편 요미우리신문이 21∼22일 진행한 여론 조사에선 ‘차기 총리로 가장 적합한 인사’를 묻는 질문에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26%)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22%)을 선택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강경 보수 노선을 지향해 ‘여자 아베’로 불린다.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 위패가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꾸준히 참배했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집권해도 야스쿠니 참배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중국 등이 강하게 반발하는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2013년 아베 전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로 지난해부터 일본이 겪고 있는 ‘쌀값 폭등’ 문제를 ‘반값 비축미’ 방출 정책으로 완화해 인기를 얻었다. 그동안 한일 관계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음 달 광복절 80년 담화를 이시바 총리가 우호적으로 낼 것이라 기대했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당분간은 한일관계 개선과 관련된 뚜렷한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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