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3일 주요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대구·경북(TK)을 찾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재명도 일 한번 시켜보시라”며 보수 지지세가 강한 TK 지역에 손을 내밀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단일화 파동 여파를 잠재우기 위해 ‘안방’ 단속에 나섰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세대교체를 호소하며 반전을 꾀했다.
◇‘험지’ 민심 흔드는 李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전 경북 구미역 광장을 시작으로 대구와 포항, 울산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였다. 이 후보는 구미역 광장에서 “‘재매이가 남이가’ 이렇게 얘기 좀 해달라”며 “저는 안동 예안면 도촌리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왜 이 동네에서 20% 지지도 못 받느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제 다른 것도 좀 써보라. 이재명에게도 일을 한번 시켜보라”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이 나라 산업화를 이끈 공이 있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전통 텃밭인 TK 민심을 흔들어 지지율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2022년 대선에서 대구 21.6%, 경북 23.85%의 낮은 득표율을 얻었다.
이 후보는 또 대구 유세에서 지난해 총선 유세 때 벌어진 ‘셰셰(중국어로 감사합니다)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에 나섰다. 이 후보는 “당시 ‘중국과 대만에 셰셰 하고 다른 나라와도 잘 지내면 되지, 대만하고 중국이 싸우든지 말든지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며 “틀린 말 했냐. 저는 일본 대사한테도 ‘감사하무니다(감사합니다)’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한·미 동맹 중요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도 해야 한다”면서도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와 관계를 잘 유지해서 물건도 팔고 협력도 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 결집 절실한 金
김 후보는 전날 대전·대구를 찾은 데 이어 이날은 대구·울산·부산을 차례로 방문했다. 전통 보수층의 결집을 노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후보 선출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 때문에 전통 지지층 표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른바 ‘집토끼’ 표심을 먼저 단속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진영의 분열을 막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있다.
김 후보는 이날 대구 국립신암선열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TK 선대위원회 출정식에 참석했다. 김 후보는 “나라가 어려울 때 대구·경북 도민이 반드시 위기에서 구한다”며 “지금 나라가 어려워졌지만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반드시 한 단계 더 뛰어올라 반드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 노동운동을 한 당시를 회상하면서 “제가 박 전 대통령에 반대를 많이 해서 잡혀가고 했지만 최근 들어 제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박 전 대통령 묘소에 가 침을 뱉던 제가 당신의 무덤에 꽃을 바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지지 선언 행사와 부산 선대위 출정식을 차례로 소화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산업은행 이전이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를 세종으로 옮기는 것보다 훨씬 쉽고 간단한데, (민주당이) 옮기지 않는 이유는 부산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자갈치 시장도 찾았다.
◇세대교체 ‘반전’ 꾀하는 이준석
이준석 후보는 대학생, 의료계 관계자, 상인을 만나며 젊음과 소통을 강조했다. 오전 대구 죽전네거리에서 출근 시간 피켓 유세를 한 뒤 경북대 학내 식당에서 학생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이어 대구시 의사회관에서 의료현안 간담회를 한 뒤 칠성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버스킹 간담회를 가졌다.
이 후보의 전략은 TK에서 분위기를 바꿔 보수 대표 주자로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이날 김 후보를 겨냥한 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김 후보를 찍는 표는 사표일뿐더러 미래로 가는 표도 아니다”며 “이준석은 1등 할지 3등 할지 모른다. 김 후보는 확실한 2등”이라고 호소했다.
김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일축했다. 이 후보는 “김 후보는 보수 진영을 대표하지 못한다. 반탄(탄핵 반대) 세력에 힘입어 후보가 된 사람이기 때문에 후보에서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하지은/대구=배성수/양현주/정상원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