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쇼츠처럼 짧고 강렬하게, 소규모 ‘프렌드슬롭’ 열풍

1 day ago 8

친구들과 접속, 순간적인 도파민… 저가형 게임 잇달아 글로벌 흥행
2명이 개발한 日 ‘멧챠 카멜레온’… 한달동안 1500만 장 인기 불붙어
개발비 상승 압박 업계에 탈출구

최근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친구들과 함께 소규모로 즐기는 이른바 ‘프렌드슬롭(Friendslop)’ 게임이 새로운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프렌드슬롭 게임은 치열하게 승부를 겨루거나 방대한 세계관에 오래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접속해 즉각적인 반응을 주고받는 저가형 멀티플레이 게임을 뜻한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을 계기로 차세대 지식재산권(IP)을 소규모 인디게임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 한 달 만에 1500만 장 판매… ‘도파민의 힘’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인디게임 ‘멧챠 카멜레온’이다. 지난달 10일 게임 플랫폼인 스팀(Steam)에 출시된 이 게임은 흰색 캐릭터 몸에 직접 색을 칠해 배경과 비슷하게 위장하면, 술래가 찾아내는 숨바꼭질형 멀티플레이 게임이다. 개발자 2명이 두 달 만에 완성한 5.99달러짜리 게임이 출시 나흘 만에 100만 장 판매를 넘고, 약 한 달 만에 1500만 장을 돌파했다. 대형 게임사가 몇 년에 걸쳐 준비한 대작 게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판매 속도다.

미국 인디게임사 애그로크랩과 스웨덴 게임사 랜드폴이 함께 내놓은 협동 등반 게임 ‘피크(PEAK)’도 프렌드슬롭 장르의 대표 흥행작으로 꼽힌다. 지난해 출시 약 2개월 만에 1000만 장이 팔리고 최고 동시접속자 17만 명을 찍었다. 스웨덴 인디게임사 세미워크의 협동 공포 게임 ‘레포(R.E.P.O.)’ 역시 물건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실수와 돌발 상황을 앞세워 지난해 스팀에서 1850만 장 판매됐다. 2021년 출시된 2인 전용 협동 게임인 ‘잇 테이크스 투(It Takes Two)’는 출시 이후 3000만 장이 판매되기도 했다.

이 같은 흥행 배경에는 게임 이용자들의 관심이 서사 중심에서 ‘순간적인 도파민’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1인칭 슈팅게임(FPS)이나 롤플레잉게임(RPG)처럼 이용자가 주인공이 되는 게임이 주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쇼츠(1분 미만의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게임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긴 플레이타임 대신 짧고 강한 재미를 추구하는 프렌드슬롭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해석이다.

● 개발비 상승 압박 속 탈출구 주목

게임사 입장에서도 프렌드슬롭 게임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대형 AAA급 게임은 개발비와 마케팅비 부담이 큰 데다 제작 기간도 길어 흥행에 실패하면 제작비 회수가 쉽지 않다. 반면 프렌드슬롭 게임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이용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주요 게임사들은 다시 프렌드슬롭 게임으로 대표되는 인디게임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넥슨은 최근 국내 초기 게임 개발사를 대상으로 5년간 총 2500억 원 규모의 투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초기 개발팀의 아이디어와 IP를 선제 발굴해 차세대 게임 IP로 키우려는 전략이다. 네오위즈는 ‘스컬’ ‘산나비’ 등 국산 인디게임을 발굴하고 퍼블리싱하며 성과를 냈고, 스마일게이트는 ‘스토브인디’를 통해 인디게임의 출시와 마케팅, 이용자 접점을 지원하는 플랫폼형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으로 누구나 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기존 국내 게임사들이 생존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흡수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채연 기자 chaezip@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