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호남지역 첨단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완화에 본격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준비 중인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개정안은 그동안 기업들이 줄기차게 개선을 요구해 온 규제의 상당 부분을 담고 있다.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100% 보유의무 완화, 일부 금산분리 규제 손질, 첨단기업에 대한 각종 세제와 금융지원 확대 등의 내용이다. 특히 증손회사 100% 보유 규제가 완화되면 SK하이닉스가 해외 기업 등과 합작법인 설립이 가능해져 재무 부담을 덜게 될 전망이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조치다. 문제는 이런 규제를 왜 이제야 풀려 하느냐는 점이다. 기업들은 증손회사 100%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라며 계속 개선을 요구해 왔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는 합작 투자와 전략적 제휴가 일상이지만 국내 기업들만 불합리한 족쇄에 묶여 있었다. 그간 ‘재벌 특혜’라며 꿈쩍 않던 여권이 정부 주도의 호남 메가프로젝트가 필요해지자 뒤늦게 서두르며 규제를 걷어내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다소 어색하고 낯설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금산분리 일부 완화와 첨단기업 특례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특정 프로젝트나 특정 지역에 투자하는 기업에만 규제를 풀어주는 방식은 경제발전 원리와 거리가 멀다. 정부에 필요한 투자에는 당근을 주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기존 규제를 그대로 감내하라는 식이라면 정책의 일관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들의 대정부 신뢰에도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규제 완화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보상 수단이 아니다.
호남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수도권이든 영남이든 충청이든, 대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반도체든 다른 산업이든 불합리한 규제는 똑같이 풀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고 대규모 투자도 기대하기 어렵다. 특정 지역을 위한 ‘핀셋 규제 완화’가 아니라, 기업과 산업 전반을 살리는 ‘보편적 규제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첨단 산업도 육성하고, 대한민국 전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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