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임 개발 과정은 어떤 인물이 디렉터를 맡느냐에 따라 기대감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데요. 이중에서는 “이 사람이 개발을 맡았어?”라는 소식만으로 좋거나 혹은 나쁜 방향으로 기대감이 달라질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개발자들도 존재합니다.
영화와 게임의 경계를 무너트리다 - 코지마 히데오
코지마 프로덕션의 대표 코지마 히데오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코지마 히데오는 ‘첩보 액션’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 장르를 선보인 인물로 명성이 높은데요, 특히나 영화적인 연출을 게임에 접목해 극적인 스토리를 연출한 개발자로 유명합니다.
이 코지마 히데오의 경력은 꽤 긴데요. 한국에서는 ‘남극탐험’으로 알려진 고전게임 ‘몽대륙’의 개발에 참여한 적도 있을 정도로 30년이 넘는 경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1987년 코나미에 재직 중이었던 코지마 히데오는 미국에서 람보가 흥행하자 이 분위기를 담은 게임의 개발에 착수했는데, 이 게임이 바로 훗날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원조가 되는 ‘메탈기어’였습니다.
이 ‘메탈기어’는 총탄과 폭발의 연출을 넣기 힘들었던 당시 게임기의 사양을 고려해 적을 피하고, 미션을 해결하는 ‘잠입’ 요소를 넣었는데요. 이 잡입 액션은 1995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된 ‘메탈기어 솔리드’에서 더욱 진화하여 영화적인 연출과 다양한 이스터 에그(숨겨진 요소) 그리고 숨 막히는 스토리를 그려내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후 메탈기어 시리즈가 연달아 성공하면서 엄청난 유명세를 탄 코지마 히데오는 코나미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회사에서 퇴사하게 되었는데, 이후 자체 개발사인 코지마 프로덕션을 창립.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진이 직접 참여한 게임 ‘데스 스트랜딩’을 발매하여 다시 한번 명성을 입증했습니다. 특히, 코지마 히데오는 영화적인 연출을 게임에 접목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여느 영화 못지않게 게임 속 컷 신(연출 장면)이 30분 이상 수록된 게임도 있고, ‘데스 스트랜딩’에서는 아예 영화배우들이 직접 게임 속에 등장하기도 했죠. 이 데스 스트랜딩은 오는 6월 26일 후속작 출시가 확정되어, 또 한 번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낙하산? 실력으로 자신을 입증한 개발자 - 츠지모토 료조
일본의 유명 개발사 캡콤의 츠지모토 료조도 손꼽히는 스타 개발자입니다. 사실 이 츠지모토 료조는 어떻게 보면 ‘낙하산’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인물인데요.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개발자가 아닌데다, 캡콤의 창립자인 츠지모토 켄조의 셋째 아들로 회사에 입문했기 때문입니다. (장남인 츠지모토 하루히로가 현재 캡콤의 사장.)
하지만 이 인물의 실력과 성과는 ‘낙하산’이라고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합니다. 2006년 캡콤의 액션 게임인 ‘몬스터헌터2’의 서브 프로듀서를 맡은 이후 2007년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세컨드’의 정식 프로듀서를 맡은 이후 게임을 지속해서 성장시켰는데요.
특히, 2010년대 중반까지 캡콤은 게임의 엔딩에 DLC를 포함시키는 유료 정책과 잇따른 게임의 흥행 부진으로, 인식이 굉장히 좋지 않았는데. 2018년 ‘몬스터헌터 월드’가 전 세계 천 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엄청난 흥행을 거두면서 캡콤의 이미지까지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현재도 츠지모토 료조는 몬스터헌터 시리즈의 디렉터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한국에 방한하는 이벤트에 비좁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이 넘는 팬들이 몰리면서 높은 인기를 실감케 하기도 했습니다.
잔혹 그리스로마 동화를 메가 히트 게임으로 성장시키다 - 코리 발록
국내에서는 그리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의 코리 발록(Cory Barlog)도 서구권에서는 엄청난 이름값을 가진 개발자로 손꼽힙니다. 이 디렉터의 최대 흥행작은 ‘잔혹 그리스 동화’로 불리는 ‘갓 오브 워’(God of War)인데요.
2005년 애니메이터로 처음 게임에 참여한 이후 디렉터로 후속작을 총괄한 코리 발록은 애니메이션에서 강한 영감을 받은 연출을 기반으로 신들의 전쟁이라는 거대한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갔습니다.
여기에 2010년 ‘갓 오브 워 3’에서는 그리스 신들을 모두 살해한다는 충격적인 스토리를 사실적으로 연출. 시리츠 최초로 5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이 게임에서 보여준 연출과 액션 플레이는 지금까지도 유튜브에 편집 영상이 돌아다닐 만큼 정말 뛰어났습니다.
코리 발록의 역량이 본격적으로 발휘된 것은 이 이후부터였습니다. 바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벗어나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게임을 새롭게 리부트했기 때문이었죠. 게임의 정체성을 바꾸고 다시 성공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코리 발록은 10년 가까이 게임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던 성우까지 교체하며, 시리즈를 새롭게 정립한 ‘갓 오브 워’를 2018년에 발매했고, 이 작품은 PC와 콘솔을 통틀어 무려 2,325만 장을 판매하는 엄청난 성과를 냈습니다.
여기에 북유럽 신화의 멸망을 다룬 후속작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까지 약 1,5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코리 발록은 현재 서구권 개발자 중 가장 높은 명성을 지닌 개발자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닌텐도를 지금의 명성으로 이끈 닌텐도의 미야모토 시게루, ‘라스트 오브 어스’라는 명작을 만들었지만, 팬들과의 기 싸움과 자기 파멸적인 후속작으로 평가가 완전히 뒤바뀐 닐 드락만 등 다양한 개발자들이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e@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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