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대표들 대거 재판행
낙찰예정자 지정 후
들러리 견적서 투찰 방식
미법무부와 공조 통해 첫 양국 병행 수사
검찰이 주한미군 관련 입찰 담합 사건을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과 공조 수사해 하도급업체 대표들과 법인 회사, 입찰 시행사 직원 등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는 9일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하도급 업체 11곳의 대표 등 9명, 법인 1곳, 미국 법인과 해당 법인의 한국사무소 책임자 등 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모 씨 등 하도급 업체 대표 5명은 2019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미 육군공병대(USACE)에서 발주한 주한미군 병원 시설관리 하도급 용역에 대한 134건의 입찰에서 담합했다.
입찰 담합 분야는 병원 시설 관리와 CCTV 설치, 싱크테 교체, 전기 배선작업 등으로 주한미군 군사 관련 시설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용역 규모는 약 80억원으로, 이들은 한 업체를 낙찰예정자로 정한 후 다른 업체들이 들러리 견적서를 투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입찰담합은 업체들 간이나 주계약자와 낙찰 예정 업체 간 사전 협의가 진행된 후 낙찰예정업체가 타 업체에 들러리 요청을 하면서 이뤄졌다.
2019년 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는 김씨를 비롯한 업체 대표 8명이 미 국방조달본부(DLA)에서 발주한 주한미군 물품 조달 하도급 용역 총 95건(약 175억원)의 입찰에서 담합했다.
미국 입찰시행사의 한국사무소 직원 이모 씨 등 3명은 하도급업체 대표들과 공모해 2019년 2월부터 2021년 3월까지 DLA에서 발주한 13건의 물품 조달계약 입찰 절차를 진행했다.
해당 법인의 한국사무소 책임자 김모 씨는 2022년 4월부터 12월까지 DLA에서 발주한 물품 조달계약 중 4건의 입찰을 진행하며 특정 업체가 낙찰받거나 더 큰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견적금액을 조정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카르텔 형사집행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기반해 미 법무부 측의 검토 요청 및 자료를 이첩받아 우리나라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한 최초의 사건이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 먼저 수사가 진행됐다. 미국은 개인 3명 및 법인 2곳에 대해 기소했고, 지난해 6월 한·미 법무부와 대검찰청, 중앙지검장 관계자가 모인 간담회 이후 대검으로 수사 검토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수사첩보를 송부했다.
검찰은 같은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압수수색과 사건관계인 40여명을 조사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23~24일 미 법무부 출장 회의에서 최종 처분 범위 및 내용을 협의했으며, 심우정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 행사 이후 이날 기소가 이뤄졌다.
검찰 관계자는 “전국 각지 미군 기지에서 수년간 만연히 반복된 총 229건(한화 약 255억 원)의 하도급 용역 입찰담합 사건 전모를 규명했다”며 “향후에도 한미간 수사 공조체계를 견고히 유지하고, 초국경적 불공정행위에도 엄정히 대응해 사각지대 없는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