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업관리자 감리 우선 지정 논란…건설업계 “행정 효율이 안전 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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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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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입법예고한 건축물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둘러싸고 건축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사업의 연속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해체공사감리의 독립성이 약화되면서 안전 관리 체계에 구조적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개정안의 핵심은 해체공사 관련 절차를 줄이고,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건설사업관리자를 해체공사감리자로 우선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복수 건축물 해체 시 동일 감리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대규모 사업에서 중복 절차를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직접 적용 가능성이 큰 영역은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이 발주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공사다. 업계에서는 공공 부문 대형 해체공사부터 기존의 허가권자 지정 독립 감리 체계가 건설사업관리 중심 구조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개편을 단순한 절차 개선이 아니라 감리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화로 보고 있다. 해체공사감리는 공정 관리가 아니라 위험 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다. 공사 진행 과정에서 위험 요소가 발생할 경우 시정 요구나 작업 중지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현장의 마지막 안전 통제 장치로 작동한다.

문제는 이 기능이 유지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감리자는 공사 수행 주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독립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건설사업관리자가 감리까지 맡게 되면 감리 기능이 사업관리 체계 내부로 들어오게 된다. 일정·비용·공정 관리와 안전 통제 기능이 한 구조 안에서 작동할 경우, 판단 기준이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축업계에서는 이를 ‘기능적 충돌’로 본다. 공사를 관리하는 역할은 사업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지만, 감리는 필요할 경우 공사를 멈추는 판단까지 내려야 한다. 동일한 체계 내에서 이 두 기능이 결합될 경우, 안전보다 일정이나 효율이 우선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수 건축물에 동일 감리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논쟁 지점이다. 해체공사감리는 주요 공정마다 현장 확인과 즉각 대응이 필요한 고밀도 업무다. 한 명 또는 한 조직이 여러 현장을 동시에 맡을 경우, 관리 밀도와 대응 속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행정 효율은 높아질 수 있지만, 현장 안전 관리의 촘촘함은 약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이번 개정안은 ‘효율 중심 제도 개편’이 안전 관리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절차 간소화와 업무 연속성 확보는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감리의 독립성과 현장성이 약화될 경우 사고 대응 능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효율화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해체공사와 같이 위험도가 높은 분야에서는 감리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감리를 행정 절차의 일부로 볼 것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인프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입법예고를 계기로 해체공사감리 제도의 역할과 구조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제도 개편의 방향이 효율성과 안전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선택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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