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이 사업계획승인을 받기 위한 토지 소유권 확보 기준이 재개발과 비슷한 수준인 80%로 낮아진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사업 지연과 분담금 급증 등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정상화되면 서울에서 아파트 5만 가구를 포함해 전국에서 30만 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역주택조합 피해 예방 및 사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사업계획승인을 받기 위한 토지 소유권 확보 기준을 기존 95%에서 80%로 완화하기로 했다. 사업지에 거주(1년 이상)하는 원주민은 보유 주택 크기와 상관없이 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 재정착을 유도한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업체만 조합 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대행업 등록제’를 도입하고 부실 업체는 퇴출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 등이 조합을 설립한 뒤 토지를 매입해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서울에 114곳(5만여 가구)을 비롯해 전국에서 610곳(30만 가구)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토지 미확보에 따른 사업 지연과 불투명한 조합 운영 등으로 대부분 사업이 좌초돼 ‘원수한테나 권한다’는 오명을 얻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지역주택사업 추진 속도가 1년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우철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정상적으로 추진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의 속도를 높이고 조합원 권익을 보호하는 데 제도 개선의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서울 114곳 중 착공은 11곳 불과…사업승인 요건 완화해 공급 속도
조합 자금 사용내역 공개 의무화…지자체, 매년 운영상태 조사·평가
A지역주택조합은 2021년 9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이후 사업 대상 부지의 82%에 해당하는 토지 소유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사업은 ‘무기한 연기’ 상태다. 사업을 시행하기로 약속한 건설회사가 부지에 확보한 토지 6.6%를 조합에 넘기지 않고 있어서다. 건설사는 자재 임의 변경 허용 등을 토지 이전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사업 부지의 95% 이상을 매입해야 하는 조합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건설사 등의 ‘몽니’로 인해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20일 토지소유권 확보 기준 등을 대폭 낮춘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피해 예방 및 사업 정상화 방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 토지확보 요건 95%→80%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나 1주택자(전용면적 85㎡ 이하)가 조합을 결성해 사업 주체로서 토지를 매입하고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국토교통부는 다음달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해 지역주택조합이 사업계획승인을 받기 위한 토지 소유권 확보 기준을 95%에서 80%로 완화하기로 했다. 높은 토지 확보 기준을 악용한 ‘알박기’가 사업을 지연시킨다고 판단해서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아닌 일반적인 주택건설사업은 토지 소유권을 80% 확보하면 사업계획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재개발 사업은 토지 소유자의 75%가 동의하면 사업이 가능하고, 재건축은 70%만 동의해도 된다.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지역주택조합에선 토지를 5%만 소유해도 사업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어 과도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이 설립된 이후에도 사업 진행이 더딘 사례가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 설립된 지역주택조합 114곳 중 사업계획승인 및 착공 단지는 16곳(14%)에 불과하다. 실제 착공 중인 사업장은 11곳이다.
정부는 토지 확보 요건을 완화해 사업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시공사와 업무대행사(특수관계인 포함)가 보유한 토지는 소유 기간과 무관하게 사업 인가 후 ‘매도 청구’ 절차를 밟아 조합이 시세에 사들일 수 있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토지주의 재산권 침해 논란이 나온다. 외부인이 주도하는 사업으로 땅을 강제로 팔아야 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의 경우 ‘수용권’을 주는 것이지만 지역주택조합은 ‘매도 청구권’이라는 점에서 다르다”며 “매도 청구는 시가 수준이기 때문에 피해 정도가 덜하다”고 말했다.
◇ 지자체에 조합 취소 권한 부여
국토부는 자본금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한 업체에만 조합 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대행업 등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조합이 자금 인출·사용 내역을 증빙자료와 함께 조합원에게 공개하도록 하고, 미공개 시 자금 인출을 제한할 계획이다. 조합 운영 과정의 투명성이 부족해 피해를 보는 조합원이 잇따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024년 말 기준 618개 조합(조합원 26만 명)이 운영 중이다. 지난 10년 동안 신규로 공급된 주택의 약 4.2%가 이 사업을 통해 지어졌다.
이번 대책엔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시공사의 부당한 요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앞으로는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경우 한국부동산원 등 전문기관의 검증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해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 발생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또 시공사와 조합이 반드시 공동으로 시행하도록 한 기존 제도를 폐지하고, 지역주택조합이 단독으로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지역주택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할 때는 경쟁입찰을 의무화한다.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관리·감독은 대폭 강화한다. 앞으로 매년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한 지역주택조합 전수점검을 시행해 조합의 전반적인 운영 상태를 조사·평가한다. 조사 결과 장기간 조합 임원의 연락이 두절되거나 실적보고 제출 의무 등을 연속 위반하는 등 부실조합으로 분류된 지역주택조합은 지자체가 조합 인가를 취소할 근거도 마련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규 지역주택사업 추진은 최소화하되 진행 중인 사업은 속도를 높이고, 부실 사업장은 빠르게 퇴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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