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테마섬 개발사업 일환
여러사정으로 미뤄왔던 세 커플 합동결혼식 열려
‘동백꽃’ 섬에서 요트투어 신혼여행까지
내달 다문화커플, 11월엔 황혼커플 결혼식
“지심도가 우리의 주례이자 증인입니다”
섬 정상 푸른 잔디 위로 펼쳐진 하얀 카페트 위에 세 쌍의 부부가 서로의 손을 꼭 맞잡고 서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두 커플과 젊은 한 커플이 똑같이 맞춰입은 턱시도와 하얀 드레스는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나부꼈다.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십수년을 함께 해 온 그들은 이날만큼은 새신랑이자 새신부였다.
19일 오전 11시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심도 정상에 마련된 야외 결혼식장. 이날은 경남도와 거제시가 지심도를 ‘자연과 함께하는 웨딩·휴양섬’으로 개발하며 준비한 첫 번째 스몰웨딩 현장이다. 여러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거나 리마인드 웨딩을 희망한 세 쌍의 부부가 주인공이다.
가장 젊은 안세움(38)·최유정(40) 부부는 연애 시절 아이를 가지면서 결혼식을 미뤄둔 채 바쁜 일상에 매몰되어 살았다. 신랑 안씨는 “그동안 아내한테 무거운 짐이었는데 이런 기회가 마련돼 너무 기쁘다”며 “오늘 결혼식을 계기로 미래를 위해 잘 살아나가겠다”고 소리쳤다.
사천에서 온 신용재(56)·김애영(55) 부부는 리마인드 웨딩이다. 결혼 35주년을 맞아 자녀들의 권유로 이번 이벤트에 참여하게 됐다. 신랑 신씨는 “이번 웨딩을 준비하면서 설레고 좋았는데 아내는 두 번째 시집오는 거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며 “앞으로 아내를 잘 받들고 살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거제에 사는 최종국(56)·이수진(55) 부부도 “결혼을 한지 25주년이다. 살다보면 좀 싸울때가 많은데 오늘 결혼식을 계기로 새로운 25주년을 행복하게 살아가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무대에서 신랑들이 무릎을 꿇고 부케를 건네는 순간 한 신부는 육아와 생계로 힘들었던 지난날을 떠올렸는지 눈시울을 붉혔다. 40여 명의 하객들이 보내는 박수와 축하를 보내며 뒤늦은 결혼식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었다. 결혼식 후 부부들은 섬 안의 일본 가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오후에는 바다 위 요트 투어로 신혼여행의 낭만을 만끽했다.
현재 거제 지심도에는 10가구 15명이 사는 작은섬이다. 봄에는 동백꽃이 섬전체를 뒤덮으면서 ‘동백섬’이라고도 불리면서 관광객들이 몰린다.
지심도는 또다른 별명이 붙어있다. 바로 ‘사랑이 이뤄지는 섬’이다. 이같은 배경엔 최근 작고한 대표적인 현대시인이자 소설가 윤후명(1946~2025) 선생이 잠시 거제에 살면서 1986년 지심도를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 ‘팔색조’를 발표하면서다. 윤선생이 지심도에서 작품을 쓸 당시 지금의 부인과 함께하면서 러브스토리가 본격 시작됐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다.
이후 선생의 영향을 받은 많은 예술가들이 지심도를 소재로한 문학, 미술작품을 발표하면서 ‘사랑의 섬’이 된 것이다. 지심도가 웨딩휴양섬의 테마로 꾸미게 된 이유도 이같은 배경이 결정적이다.
경남도와 거제시는 이번에 시행하는 ‘자연과 함께하는 웨딩 휴양섬’ 사업과 ‘지심도 섬마루 문화놀이터 명소화 사업’을 통해 지심도를 ‘사랑이 이루어지는 섬’으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지심도에서는 오는 10월 다문화 부부, 11월에는 황혼 부부가 같은 무대에 설 예정이다.
이상훈 경남도 해양수산국장은 “지심도가 사랑과 행복을 나누는 특별한 장소가 되길 바란다”며 “섬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