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개그맨 정세협의 사인이 심장마비로 알려지면서 심장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고(故) 정세협은 백혈병 투병을 이겨내고 완치 소식을 전한 뒤 방송 활동을 재개했다. 불과 지난달에는 고 전유성의 노제에도 참석했으며, 사망 직전까지 KBS '개그콘서트' 녹화에 참여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지난 6일 밤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며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향년 41세.
정세협에 앞서 전설의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도 '저수지의 개들'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매드슨도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심장은 우리 몸의 중심 펌프로서 혈액을 순환시켜 산소와 영양분을 온몸에 공급한다. 이 펌프 기능이 멈추는 상태를 심장마비라고 한다.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혈액 순환이 중단돼 전신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며, 이로 인해 사망이나 심각한 뇌 손상이 초래될 수 있다. 특히 뇌는 혈류 공급이 4~5분 이상 끊기면 영구적 손상이 생길 수 있어, 즉각적인 응급조치가 생사를 가른다.
현대인의 대표적인 돌연사 원인으로 꼽히는 심장마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심근경색이다. 심근경색은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막히면서 발생한다. 이러한 동맥경화는 나이, 유전, 스트레스 등 조절하기 어려운 요인도 있지만,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과 같은 생활습관으로 인한 원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심근경색 외에도 심근질환, 판막질환, 부정맥 등 다양한 질환이 심장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질환들이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본인도 모르는 사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부정맥의 경우 증상이 미약하면 인지하기 어렵고, 선천적 심장질환이 있더라도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한 채 지내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심장질환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들은 심장마비의 전조증상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통계적으로 심장마비 환자의 70% 이상이 사전에 어떤 형태로든 전조증상을 경험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 갑작스러운 심장박동의 불규칙성, 호흡곤란, 수면 중 가슴 답답함으로 인한 각성 등이 있다. 증상의 강도나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며, 수개월 전부터 서서히 나타나기도 하고 수일 전 갑자기 발생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심장마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상동맥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금연은 필수이며,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한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이 예방의 핵심이다. 운동은 하루 30분 정도, 땀이 날 정도의 강도로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단,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은 무리한 강도로 시작하기보다 가벼운 걷기나 스트레칭부터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여야 한다.
식단 관리도 중요하다.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이나 짠 음식,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채소, 잡곡, 과일 등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 또한 식사는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심혈관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심근질환·판막질환·부정맥 검사를 받는 것도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심장마비는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응급 대처법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환자가 갑자기 쓰러졌을 때는 우선 어깨를 흔들어 반응을 확인한다. 반응이 없으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지침에 따라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해야 한다.
심정지가 발생한 순간부터 매분 사망률은 급격히 높아진다. 5분이 지나면 뇌 손상이 시작되고, 10분이 지나면 소생 가능성은 극히 낮아진다. 따라서 심장마비를 목격한 즉시 CPR을 시행하는 것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결정적 변수다. 연구에 따르면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경우, 시행하지 않은 경우보다 생존율이 3배 이상 높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도 흉부 압박만 시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손바닥 뿌리 부분을 환자의 가슴 중앙에 두고 팔을 곧게 펴서 분당 100~120회의 속도로 강하게 눌러야 한다.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30회의 흉부 압박 후 2회의 인공호흡을 한 주기로 5회(약 2분간) 시행한다. 이후 환자의 반응을 다시 확인하고, 여전히 반응이 없다면 압박을 이어가야 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