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집에 사람이 들어가나요?"…반려견 '학군지'의 조건 [곽민지의 반려인간 리얼리티]

1 week ago 7

사진제공. ©곽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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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집에 사람이 들어가는 거예요?”

부동산 중개인이 물었다. 그렇다고 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수도 있었으므로.

서울 해방촌에 산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1인 가구인 나는 특유의 기동성으로 늘 원하는 동네에 살았다. 주택 청약이나 대출에서 신혼부부보다 불리한 것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지만, 신경 쓸 배우자의 직장이나 학군 등이 없었기 때문에 어딘가 한 달 살이를 떠나는 마음으로 훌쩍 이사 가서 지냈다. 다만 원하는 동네라는 이유 하나로 골랐으므로 주택 자체가 가진 많은 결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늘 한 곳에서 오래도록 살았다. 해방촌에 이사 온 것도 자주 가는 술집이 많았기 때문이다. 거기를 왕복하느라 쓰는 택시비면 월세를 내고도 남았고, 실제로 이사 온 후 택시비는 획기적으로 아꼈다.

사진제공. ©곽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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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들일 계획이 없었다가 운명처럼 시작한 임시보호가 입양으로 이어진 후, 나의 반려인간 리얼리티가 시작됐다. 아주 쉽게 요약하면 내 몸이 '김정원'(반려견 이름)의 집이라는 점이었다. 내가 김정원이 잠드는 안방이고, 밥이 나오는 부엌이고, 배변을 하는 화장실이었다. 엘리베이터 없는 해방촌 핫플레이스는 갑자기 부적절한 거주지가 됐다. 내 나이가 마흔을 넘어가고 김정원은 더 껑충껑충 나이 먹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하루 세 번 엘리베이터 없는 3층을 오르내리고, 밖으로 나가서도 인파가 터져 나가는 언덕을 오가다 결심했다. 아, 이사 가야겠다.

그렇게 동네를 고르고, 집을 고르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먼저 온라인에서 손품을 팔기 시작했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 ‘훌륭한 학군’, ‘재개발 예정지’... 1인 1견 가구에게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였다. 물론 구해 놓은 주택이 그런 조건을 충족해 되팔 때 이득을 본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김정원이 나이 벌써 여섯 살, 내 나이 마흔 살. 우리는 투자를 위해 실거주의 불편함을 감수할 매수인이 못 됐다.

“빌라든 아파트든, 엘리베이터는 무조건 있어야 하고요, 평지면서 산책로가 잘 되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동물병원이 근거리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기서 말문이 막혔던 것은, 부동산 중개인이 알 길이 없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끔 산책 도움을 받아야 하므로 도그워커가 많은 동네였으면 좋겠어요. 반려견 동반 술집이나 카페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역이 가까운 것도 좋지만 한 가지만 충족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녹지가 꼭 가까웠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까처럼 작은 공원이 근거리에 있는 것도 좋겠어요. 제가 몸이 안 좋아서 멀리 산책을 나갈 수 없는 날은 거기까지라도 어떻게든 골골대며 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이 모든 조건을 늘어놓으면 너무 이상한 사람 같지는 않을까?

사진제공. ©곽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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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아지 키우는 분이 많이 사시는 동네면 좋겠네요. 공원 많으면 정말 좋고...”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들을 많이 좋아하나 봐요?”

'아니요. 하지만 인프라가 있어야 해서요. 쉽게 말해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 나름의 학군지를 찾고 있는 셈이에요.' 그 말도 삼키고, 일단 그러기로 유명한 지역에서 조건에 맞는 곳을 골라 몇 군데 물건을 보기 시작했다.

바닥이 대리석이어서 매매가가 더 비싼 집. 하지만 강아지를 키우는 집에서는 미끄러지는 바닥을 원치 않기 때문에, 입주한다면 미끄럼 방지 장판 시공을 할 예정이어서 장점이 아니었다. 다른 집을 보여준 중개사는 입구에 붙은 화장실을 단점이라고 했지만, 내 맘엔 쏙 들기도 했다. 산책 후 물수건을 준비하거나 비 오는 날 발을 씻기기에 좋으니까.

물건지에 가서 주차장에 내리면 1층 어느 구석에 작은 풀숲이라도 없는지 확인했다. 공동현관에서 나오자마자 얼마 안 가 보이는 한쪽 공간에 잡초가 무성한 곳을 발견했을 때, 중개사님이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말씀하셨다.

“여기가 화단도 아니고 하다 보니까, 애매하게 덤불 같은 데가 있어요. 좀 지저분하죠?”

“아니요. 제가 늘 자러 가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쉬만 얼른 시키고 올라오는데, 이런 공간에서 더 잘하더라고요. 누군가 관리 중인 화단이면 거기에 배변을 시킬 순 없으니까... 이런 공간 너무 필요한데 와보지 않으면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개 집에 사람이 들어가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게 더 정확해요!”

다행히 반려견을 키우는 중개사는 내가 말한 포인트를 명확히 알아챘고, 갑자기 표정을 바꿔 고심하더니 열의에 차서 내일 다시 와줄 수 있는지 물었다. 집을 둘러보면서 내가 말한 감상을 토대로 물건 리스트를 다시 만들어서 내일 새 투어를 짜 주겠다고. 이미 반려견을 키운다는 점에서 마음에 쏙 들었기에, 그러겠다고 말씀드린 후 얼른 시간 약속을 다시 잡았다.

해당 동네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지인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그쪽으로 이주를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지인은 내 마음을 뒤흔드는 강력한 펀치라인을 날렸다.

“저도 진도믹스 키우잖아요. 이 동네에서 개 산책하면서 시비 걸린 적이 없어요. 그리고 OO 동물병원 도보 거리에 있는 건 아시죠? 거기 원장님이 진도믹스 잘 보시기로 유명하잖아요.”

사진제공. ©곽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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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믹스 학군지라니! 찾았다 내 동네... 아직 견종 차별이 만연한 대한민국에서 믹스견인 김정원을 데리고 다니면 동네 분위기를 금방이라도 읽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사는 경기도 모처의 경우, 강아지가 많긴 하지만 대부분이 흰색 소형견이다. 정작 반려견 김정원은 서울시 반려견 순찰대에 선발됐을 만큼 조용하고 점잖은 강아지지만, 부모님 동네에서 산책을 시킬 때면 김정원이 맹수라도 되는 것처럼 산책길에 강아지를 들고 가거나 불편함을 대놓고 드러내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쳤다.

해방촌에 애정을 품은 이유 역시 외국인 비율이 높아서인지 중대형견 보호자가 많아서 비교적 견종 차별, 무게 차별 없이 지낼 수 있어서였다. 지인의 그 말을 들은 이후 유심히 돌아다니는 강아지를 관찰하면서, 나도 모르게 진도 혹은 진도믹스견의 머릿수를 셌다. 많구먼. 우리 정원이가 살기에 괜찮은 학군이야.

마치 이 이야기는 반려견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감동 스토리 같지만, 이 칼럼의 제목처럼 그저 리얼리티에 불과하다. 반려동물이 생긴다는 것은 마음을 내주는 게 아니라 몸이 합체되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내 동선이 김정원의 세상이 되고, 김정원의 건강이 내 일진을 결정하고, 김정원에게 효율적인 구조가 내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게 해준다. 내 몸이 김정원의 집이기 때문에, 그런 내가 집을 결정한다는 것은 김정원의 세상을 구축하는 일이다.

영양제를 털어먹고, 스트레스받는 일을 얼른 머릿속에 지우려 노력하면서 침대로 간다. 내일 또 임장이다. 맑은 정신으로 가지 않으면 개의 눈으로 집을 볼 수 없어. 언제나처럼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정원이의 검은 코를 검지로 살짝 눌렀다 떼면서 말한다.

“딩동! 정원아, 언니가 좋은 집 찾아올게.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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