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 재개발 3대장’으로 대개 한남뉴타운, 성수전략정비구역, 흑석뉴타운을 꼽는다. 하지만 이들 못지않게 사업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재개발 지역이 하나 있다. 바로 노량진 뉴타운이다.
서울 서남부권 요지로 꼽히는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4월 노량진6구역에서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이 첫 분양 테이프를 끊었고, 두 번째 타자인 8구역 ‘아크로 리버스카이’가 이달 말 공급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 2구역과 4구역 등도 올해 분양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대방동 일대 73만8000㎡ 규모인 노량진뉴타운은 2003년 서울시 2차 뉴타운지구로 지정됐다. 2009년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지정됐고 이듬해 대방동 일대 1000㎡가 7~8구역으로 추가됐다. 다만 아직까지 사업이 마무리된 곳은 없다. 구역 간 경계가 모호하게 중복된 데다 노량진 수산시장, 고시촌, 학원가 등을 중심으로 복잡한 토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개발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입지로 따지면 서울 안에서도 꽤 강력한 편이다. 광화문, 강남, 여의도 등 이른바 3개 도심 접근성이 모두 좋기 때문이다. 여의도·용산과는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될 만큼 붙어 있고, 동쪽으로는 반포를 넘어 강남 지역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다. 실제로 노량진역에서 강남역까지 직선거리는 7.7㎞에 불과하다. 용산을 지나면 광화문·시청과도 가깝다.
교통 인프라스트럭처도 이미 갖춰져 있다. 뉴타운 북쪽으로는 지하철 1·9호선, 남쪽으로는 7호선이 지난다. 이 노선들을 활용하면 여의도역까지 약 3분, 서울역까지 약 12분, 강남역까지도 약 23분이면 도달할 수 있어 직장인들 배후 수요가 높다. 올림픽대로·강변북로·서부간선도로·강남순환도로 등으로 진입하기도 좋다.
6구역 필두로 정비사업 잰걸음…2·4구역 고급 브랜드 달고 분양 채비
한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노량진뉴타운 분위기가 바뀐 것은 2~3년 전부터다. 6구역을 시작으로 구역별로 사업이 줄줄이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6구역은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한다. GS건설(자이)과 SK에코플랜트(드파인)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짓는 아파트다. 지하 4층~지상 28층, 14개 동, 모두 1499가구로 구성된다.
다른 구역도 부지런히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크로 리버스카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발되는 8구역은 지하 4층~지상 29층, 10개 동, 전용면적 36~140㎡ 987가구 규모다. 이 중 285가구가 일반 분양 물량이다.
올해 분양이 목표인 2구역은 지하 4층~지상 45층, 2개 동, 404가구 규모의 복합단지로 탈바꿈한다. 이곳 역시 SK에코플랜트의 고급 브랜드 드파인이 적용된다. 또 현대건설이 디에이치 브랜드를 붙일 4구역도 올해 분양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업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구역들도 이미 이주단계에 돌입했다. 1구역과 3구역이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있는데, 두 구역 모두 올해 하반기 이주가 목표다. 재개발 사업에서 이주·철거가 진행되면 ‘사업 8부 능선’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강과 역세권 품은 1·3구역이 노른자
노량진뉴타운 8개 구역 중 핵심은 단연 1구역과 3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 역세권인 데다 평지에 가깝다. 이곳은 특히 재개발 과정에서 일부 가구가 한강 조망까지 누릴 수 있게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이들 구역에서 한강에 이르기까지 높은 건물이 별로 없다”며 “만일 한강 조망까지 가능하다면 장점이 꽤 강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구역은 가장 속도가 느리지만 13만 2118㎡로 사업 면적이 가장 넓어 투자자 관심이 높다. 3구역은 일반분양 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손꼽히며 노량진초등학교를 품고 있다.
2구역과 4구역은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 역세권이다. 동작구 종합행정타운이 장승배기역 근처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개발 기대감도 크다. 다만 4구역은 장승배기역에서 이어지는 도로가 뉴타운에 포함되지 않아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5구역은 KT 동작지사 옆쪽으로 길게 이어진 구역이다. 완만한 경사가 있으며 영화초와 영등포중·고가 가깝다. 6구역과 7구역은 언덕에 있어 지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단점이지만 장승공원·백로어린이공원 등이 가깝고 주변 학교 접근도 쉬운 편이다.
8구역은 노량진뉴타운 안에서도 은근히 괜찮은 입지로 꼽힌다. 노량진역과 대방역 사이에 위치해 약간 걸으면 두 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노량진역(1·9호선)에는 서부선까지 들어올 예정이고 대방역에는 1호선과 신림선이 지나간다.
최고가 경신하면서 고분양가 논란도
노량진뉴타운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인근 아파트 가격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장승배기역 인근에 있는 ‘상도동 효성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는 지난 2월 28일 17억3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물론 일각에선 우려도 있다. 특히 최근 공급되는 단지들 사이에서 ‘고분양가’ 논란이 존재한다.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의 경우 전용 84㎡가 최고 25억원, 아크로리버스카이는 같은 평형 가격이 27억원에 육박해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부동산 관계자들은 주변 시세와 비교했을 때 충분히 미래 가능성이 있다는 수준이라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노량진 6구역 인근의 입주 10년 차 단지인 상도파크자이(471세대) 전용 84㎡가 지난달 21억5000만원에 실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신축 프리미엄과 하이엔드 브랜드 가치가 반영된 것치고는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은 “가격이 높다”는 시장 판단에도 2가구만 남고 모두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또 노량진 동측에 위치한 흑석뉴타운 전용 84㎡ 시세가 25억원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노량진뉴타운 입지가 흑석뉴타운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흑석부터 노량진, 신길로 이어지는 블록이 서울 서남권 핵심 주거단지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6구역을 시작으로 노량진뉴타운 전역에 오티에르(1·3구역), 드파인(2·6·7구역), 디에이치(4구역), 써밋(5구역), 아크로(8구역) 등 하이엔드 브랜드가 집약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노량진 일대가 브랜드 파워를 갖춘 핵심 주거지로 탈바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서부선 경전철과 종합행정타운 등 개발 호재도
여기에 한창 추진 중인 경전철 사업이 가시화되면 노량진뉴타운 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새절역~서울대입구역을 잇는 서울 서부선 경전철 노선은 노량진역과 장승배기역을 지난다. 현재 9호선을 이용하면 노량진에서 여의도역까지 두 정거장인데, 서부선이 개통되면 한 정거장으로 줄어든다. 서부선 경전철은 2023년 민자 적격성 검사를 통과했고, 2023년 착공해 2028년 개통이 목표다.
서부선 외에 다른 개발 호재도 상당하다. 우선 노량진과 여의도를 잇는 380m 길이의 육교가 예정돼 있다. 노량진과 여의도는 붙어 있는데도 도보로 이어진 길이 없어 그동안 돌아서 가야 했다. 하지만 육교가 생기면 노량진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여의도 업무지구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승배기역 근처에 들어오는 종합행정타운도 지역개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하 3층~지상 10층 규모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에는 동작구 신청사와 구의회, 경찰서, 우체국 등 각종 행정기관과 상가, 주민 편의시설이 통합적으로 자리할 예정이다. 이 밖에 노량진역 노후역사 고밀개발 사업, 옛 노량진수산시장 복합개발 사업 등 여러 개발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노량진뉴타운은 구역 대부분이 사업 후반 단계에 도달한 만큼 수년 내 분양·입주할 확률이 높다. 다만 요즘 여느 재개발 구역이 그렇듯 노량진 뉴타운에 직접 투자하려면 넉넉한 현금이 필요하다.
전세를 끼고 매입하더라도 워낙 노후된 주택이어서 전셋값이 높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매물 권리가액은 물론이고 10억원에 육박하는 웃돈을 사실상 ‘100%’ 현금으로 충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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