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확대 지정하자 토허구역 옆에 있는 자치구에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토허구역의 수요가 옆으로 옮겨붙을 것이라는 '풍선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입니다.
2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 자회사 호갱노노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24~30일) 기준 방문자 수가 가장 많았던 단지는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2014년 입주·3885가구, 마래푸)'로 한 주 동안 2만6633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마포는 10~20년 전만 해도 오래된 부도심으로 취급됐지만 이제는 강남 3구에서 이어 서울 핵심지로 꼽히는 '마·용·성' 가운데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습니다. 마포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있는 아현동, 즉 아현뉴타운의 힘이 컸습니다. 아현뉴타운은 공덕동, 아현동, 염리동 일대에 2003년 지정됐습니다.
아현뉴타운의 대장 아파트가 바로 마래푸입니다. 부동산에 관심이 없어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아파트입니다. 이미 입주한 지 10년이 넘어간 아파트지만 여전히 아현뉴타운에서 대장 아파트 자리를 꿰차고 있습니다.
가격은 이미 '20억 클럽'에 들어선 상황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포래미안푸르지오2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1억3000만원에 손바뀜해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월만 해도 20억원이었는데 한 달 새 1억3000만원이 올랐습니다.
아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강남 3구와 용산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다음 급지인 마포와 성동구 등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마래푸에 이어 방문자 수가 많았던 단지는 모두 강동구에서 나왔습니다. 강동구는 서울의 가장 동쪽에 있어 호불호가 갈리는 지역이지만, 한때 '강남 4구'로 불리면서 강남 3구 집값 상승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는 곳입니다.
방문자 수 2위 단지는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올림픽파크포레온(2024년 입주·1만2032가구, 올파포)'으로 한 주 동안 2만106명이 방문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을 통해 재탄생한 이 단지는 재건축 사업 진행 과정부터가 순탄치 않았습니다. 사업 기간에 공사비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반년 동안 공사가 멈추기도 했고 입주를 앞두고도 비용 문제로 입주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1만2000가구라는 역대급 단지의 등장으로 입주 이후엔 송파구와 강동구 일대의 전셋값이 출렁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명실상부 강동구 대장 아파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달 14일 26억6500만원에 손바뀜해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이 면적대 호가는 현재 30억원까지 나왔는데, 이는 송파구 잠실동 대장 아파트 '잠실엘스' 전용 84㎡ 최근 실거래가(30억5000만원, 2월)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입니다.
방문자 수 3위 단지 역시 강동구입니다. 고덕동에 있는 '고덕그라시움'(2019년 입주·4932가구)은 한 주 동안 1만8433명이 다녀갔습니다. 1980년대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주공아파트가 대거 들어섰던 고덕동과 상일동은 2019년을 기점으로 약 2만가구에 달하는 새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고덕그라시움은 고덕동과 상일동 일대 아파트 가운데 대장 아파트로 꼽힙니다. 강남업무지구 대체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고덕비즈밸리도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는 17일 이케아가 서울에 처음으로 들어서고 JYP엔터테인먼트와 쿠쿠전자 등 대기업들도 사옥을 옮겨오려고 준비 중입니다.
무엇보다 서울 지하철 5호선이 바로 앞에 있는 역세권 아파트인데다 지하철 9호선 4단계 구간이 2028년 개통 예정이라는 점도 집값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약세였던 그라시움 외곽에 있는 가구들은 9호선 호재에 힘입어 최근 가격이 뛰었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최근 21억5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강동구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신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둔촌동에선 올림픽파크포레온이, 고덕동과 상일동 일대에선 고덕그라시움, 아르테온 등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며 "토허구역 확대 지정에 따른 수요가 주변 지역으로 퍼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마포, 강동구 등에 있는 아파트가 주목받는 이유로 토허구역 확대 지정에 따른 '풍선효과'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마포, 강동구 등은 소위 '찐강남'은 아니지만 강남권에 버금가는 집값이 형성된 곳으로 송파나 용산구 등의 수요가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면서 "마찬가지로 동작, 광진구 등도 이번 토허구역 확대 지정에 따른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