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하게만 스나베 지멘스 이사회 의장
미래 제조 경쟁력, 규모에서 지능으로
AI 도입한 완전 자율공장이 비용 낮춰
맞춤형 생산으로 고객 적합성 달성해
제조 AX 걸림돌은 학습 데이터 부족
디지털 트윈 구축해 산업 재창조 필요
"현재 인공지능(AI) 시장을 보면 투자의 대부분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해 AI 팩토리, 에너지 시스템 같은 기반 설비에 몰리고 있지만 AI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생산'이 아닌 '사용'에서 발생합니다. AI는 제품 출시 기간을 극적으로 단축하고 '1인 공장'도 초대형 공장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한계 비용을 낮추는 등 기존의 제조업 논리를 영원히 바꿀 잠재력이 있습니다."
짐 하게만 스나베 지멘스 이사회 의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AI가 제조업 분야에 가지고 올 혁신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한국무역협회(KITA)가 지난 9일 '제조의 미래: AI가 산업과 제조 경쟁력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주제로 진행한 '2026 KITA 세계무역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스나베 의장은 세계 제조 산업이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AI 기술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 사용을 통제하는 것처럼 생산과 공급망이 지정학적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는 세계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 공장에 AI를 완전히 도입한 '자율 공장'을 기반으로 더 많은 국가의 교류를 유도하고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시대에 제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우리는 지금 제조업의 변곡점에 서 있다. 제조업은 '규모의 경제'에서 '지능의 경제'로 이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량 생산을 통해 한계비용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었고 이 과정에서 중국이 승자가 됐다. 이젠 AI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속도와 고객 적합성이다. 자율 공장을 통해 대량 생산과 같은 비용으로 개별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며 고객 적합성을 충족할 것이다."
-AI 기반 제조 혁신이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데.
"AI 기반 제조가 가치를 창출하려면 제품과 제조 공정에 대한 '디지털 트윈'을 갖춰야 한다. 디지털 트윈이 없다면 AI는 화면 속에 머무를 뿐이다. 현실 세계의 공장이나 설비를 가상공간에 똑같이 구현해 미리 시험하고 예측하는 과정이 전제가 될 때 비로소 AI는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의 보유는 현재 AI 전환에 성공하고 있는 기업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제조 산업의 AI 대전환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제조 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에 가장 큰 장애물은 기록되지 않는 수작업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또 공장에 데이터를 수집할 센서가 너무 부족하다. AI가 의미 있는 판단을 내릴 만큼 충분한 데이터가 양과 질 모두에서 확보되지 않고 있다. 지멘스가 기업의 규모나 자동화 수준에 관계없이 산업용 AI 모델의 학습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 간 데이터 공유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까닭이다."
-경영자로서 AI 시대에 필요한 제조업 경영 전략을 꼽는다면.
"지금까지 제조업은 '최대 반복성'에 맞춰 진화해왔다. 반복성이 확보될 때 한계비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최대 가변성'의 관점에서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생산성을 잃지 않으면서 가변성의 복잡성에 대응할 수 있는 AI다. AI 활용을 극대화한 '자율 공장'을 통해 기계에 같은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지시하는 대신 고객의 요구를 더 정확하게 충족하면서도 생산량은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AI 시대에 제조 강국의 조건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과거에는 노동 비용이 낮고 규모를 확보할 수 있는 곳에 제조업 거점이 형성됐다. AI 시대에는 지속가능하고 값싼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곳으로 제조업 거점이 이동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시장의 요구를 충족하는 새로운 제품을 얼마나 빨리 생각해 내고 그것을 얼마나 빨리 스케일업 규모로 가져갈 수 있는지, 또 이러한 개발을 얼마나 반복해 진행할 수 있는지도 새로운 '제조업 강국'의 덕목이 될 것이다."
-한국 제조업의 강점과 한계는.
"한국은 AI 분야에서 많은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분야는 물론 로봇 분야에서도 글로벌 선도국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한국은 선도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올바른 문화도 갖고 있다. 바로 혁신과 규모다. 이 두 가지의 결합이 핵심이다. 다만 글로벌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개방성을 유지하고 전 세계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과 협력했을 때 가치를 창출하고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한국 수출기업, 특히 중소·중견기업이 AX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모든 것은 제품과 설비의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AI 경험을 쌓는 것은 그다음이다. 다만 단순히 언어모델 기반의 AI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AI를 활용해 비즈니스 이벤트를 예측하고 제품 자체를 더 지능적으로 만드는 영역에서 '산업의 재창조'가 일어날 것이다. 실험하고 학습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매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논의하면서 기하급수적인 학습 곡선을 만들어야 한다."
스나베 의장
△1965년생 △1990년 독일 SAP 입사 △2010년 SAP 공동 최고경영자(CEO) 취임 △2013년 지멘스 이사 △2014년 세계경제포럼 이사 △2017년 머스크 이사회 의장 △2018년 지멘스 이사회 의장 △2019년 국제 비즈니스 아카네미(AIB) 올해의 국제경영자상 △2021년 C3.AI 이사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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