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폭등” 아이폰 민심 반발에… 트럼프 관세 또 주춤

1 day ago 7

中서 87% 생산, 관세 폭탄 우려
스마트폰-PC 상호관세 대상 제외
러트닉 “반도체 품목 관세 부과때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도 포함될 것”

트럼프, UFC 경기장서 엄지척
격투기 애호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2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UFC’ 경기를 관람하며 양손 엄지를 들어 보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하루 전 스마트폰, 노트북 등 20개 폼목에 대한 상호관세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마이애미=AP 뉴시스

트럼프, UFC 경기장서 엄지척 격투기 애호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2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UFC’ 경기를 관람하며 양손 엄지를 들어 보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하루 전 스마트폰, 노트북 등 20개 폼목에 대한 상호관세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마이애미=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폰, 노트북, 메모리칩, 반도체 장비 등 20개 품목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11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국이 중국에 총 14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뒤 중국 생산 비중이 87%에 이르는 애플 아이폰 등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뛸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소비 심리 또한 냉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관세 폭격’ 뒤 미 전역에선 ‘아이폰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대표 테크기업으로 시가총액 1위인 애플 주가도 급락했다. 결국 ‘아이폰 민심’에 부담이 커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후퇴’ 처방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3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면제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약 한두 달 안에 발표될 반도체 품목 관세에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전자제품도 포함될 것”이라며 ‘상호관세’와 ‘특정 제품 및 산업의 부문별 관세’는 별개 사안이라는 뜻을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조만간 의약품 관세 또한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1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통해 스마트폰, 노트북,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컴퓨터 프로세서, 평면 디스플레이, 반도체 장비 등을 상호관세 면제 대상으로 공지했다. 면제 품목에는 중국산 제품도 포함되며 미국 동부 시간 5일 0시 이후 이미 관세가 적용됐던 제품도 소급 적용을 받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아이폰 등의 가격 급등을 우려한 미국 소비자에게 희소식”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백악관 측은 반도체 등의 핵심 기술을 중국에 의존할 수 없다며 “반도체 등의 품목별 관세는 따로 부과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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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마트폰-PC 관세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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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11일(현지 시간) 스마트폰, 노트북 등 20개 품목에 대한 상호관세를 면제하자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이 조치가 사실상 미국 대표 테크기업 애플을 위한 ‘맞춤형 면제’라고 분석했다.

미국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미국 내 스마트폰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다. 또 아이폰(87%), 아이패드(80%), 맥북(60%) 등 주요 제품을 대부분 중국에서 대량 생산한다. 중국에 총 14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결정이 시행되면 애플 제품 가격이 치솟아 판매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미 소비자들이 “아이폰 값이 오르기 전 미리 사두자”며 ‘사재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3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면제가 “영구적이지 않다”며 한두 달 내에 반도체, 스마트폰, 의약품 등에 품목별 관세를 별도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이들 제품의 품목별 관세는 상호 관세와 달리 협상이 불가하다고 했다. 또 어떤 형태로든 관세 부과 조치를 이어갈 것임을 밝힌 것이라, 관세를 둘러싼 세계 경제의 혼란과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관세 부과로 인한 미국 내 물가 상승 우려와 소비자 부담 또한 커지는 추세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 보편 관세 추가 부과로도 미 수입품 물가가 2.9% 오르고, 가계가 연평균 4700달러(약 672만 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같은 날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이 4.0%에 달할 것”이라며 연준 목표치 2.0%보다 훨씬 높다고 우려했다.

● ‘상호관세 제외’는 애플 위한 ‘맞춤형 면제’


중국 생산 비중이 높은 애플은 대(對)중국 상호관세에 따른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시넷 등에 따르면 현재 1199달러(약 171만 원)인 아이폰16 프로맥스 가격은 관세가 125%만 올라도 2698달러(약 386만 원)로 뛴다. 999달러(약 143만 원)인 맥북 에어 13인치의 가격 또한 2248달러(약 321만 원)로 오른다. FT는 “애플은 최근 몇 년간 중국 생산 비중을 줄이고 인도로 생산기지를 다각화하려 노력했지만 여전히 아이폰 공급망의 80%가 중국에 있다”며 애플이 이번 면제를 환영할 것으로 전했다.

일각에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1기 때부터 가까웠다는 것도 이번 조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이번 면제를 ‘대기업용’이라며 애플, 델, HP, 엔비디아 등이 수혜를 봤다고 진단한 이유다. 면제 절차가 매우 불투명하고 자의적이어서 대통령과 접촉할 여력이 없는 소규모 기업만 고율 관세의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자를 위한 관세를 외치는 트럼프 측 주장과 달리 권력자와 대기업만 혜택을 본다는 취지다.

쿡 CEO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대통령과 독대했다. 올 1월 20일 취임식에는 개인 자격으로 100만 달러(약 14억3000만 원)를 기부했다.

● 소비·물가·국채 투매 우려 지속


또 트럼프 행정부의 스마트폰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락가락 관세 정책으로 인한 월가와 실물 경제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우선 미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냉각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11일 미시간대가 발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3월보다 6.2포인트 떨어진 50.8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6월(50.0)을 제외하면 지수 집계가 시작된 1970년대 이후 최저치다. 미래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도 47.2로 198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1년 뒤 기대 인플레이션은 6.7%로 1981년 이후 44년 만에 가장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 국채에 대한 투매 현상이 심화하자 9일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상호관세의 ‘90일 유예’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11일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매도세가 이어졌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일 대비 0.19%포인트 상승(국채 가격 하락)한 4.58%를 기록했다.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의 전기상용차 생산을 일시 중단하고, 직원 5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3일부터 모든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해외 생산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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