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안가려면 돈내라는 협박인가”...응급의사회, 의료분쟁법 개정안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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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안가려면 돈내라는 협박인가”...응급의사회, 의료분쟁법 개정안 비판

입력 : 2026.03.31 10:41

의료계, 중과실 기준 불명확 지적
보험 의무화에 “국가책임 전가” 반발
“필수의료 위해 전면 재검토 필요”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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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최악의 개악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의사회는 개정안에 포함된 ‘중과실 예외 조항’과 ‘강제적 배상 합의 구조’가 의료사고의 사법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며 무과실 사고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이 전제되지 않는 한, 필수의료 소생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31일 성명을 내고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하는 최악의 개악”이라며 전면 폐기를 촉구했다. 이번 개정안이 형사 면책이라는 포장지로 덮여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의료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사회가 가장 먼저 문제 삼은 것은 중대한 과실 예외 조항이다. 개정안은 중과실이 없을 때만 형사기소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무엇이 중과실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진단 오류나 불가피한 합병증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며 “환자 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언제든 중과실로 몰릴 수 있고 결국 경찰과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 관행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 면책의 조건으로 책임보험 가입과 합의를 의무화한 대목에 대해서도 폭력적 구조라고 날을 세웠다. 이 회장은 “천문학적인 합의금을 물어줘야만 형사 처벌을 면해주겠다는 것은 국가가 배상 책임을 현장의 의료진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의료기관의 진료 축소와 필수의료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의사회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무과실)에 대해 국가가 보상 책임을 지지 않는 점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 회장은 “진정한 필수의료 소생을 원한다면 국가 주도의 전면적인 무과실 보상체계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의 법안은 국가는 뒤로 빠진 채 의료진과 환자 간의 소모적인 분쟁만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신설되는 ‘의료사고 심의위원회’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사법체계가 아닌 행정체계가 의료 과실을 1차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며 현장 맥락을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개입할 경우 사법적 혼란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사회는 선의의 필수의료 행위에 대한 100% 형사 책임 면제,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주도의 전면적 보상 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이 회장은 “이러한 근본적 대책 없이는 대한민국의 필수의료는 결코 살아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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