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사적 간병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간병보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간병 특약 손해율이 높아지자 보험사들은 일제히 보장 한도를 슬그머니 낮추고 있다. 금융당국은 간병보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상황에서 간병인의 정의 등 약관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장한도 절반으로 ‘뚝’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성인 대상 간병비 한도를 절반으로 축소했다. 기존에 보장보험료 3만원 이상일 경우 최대 20만원까지 가입이 가능하던 일당 보장 한도를 10만원으로 대폭 낮추면서다. 메리츠화재 역시 기존 2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축소했다.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도 성인 대상 보장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5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간병비 한도 역시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은 이달부터 15세 이하 어린이 대상 보장 한도를 기존 15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췄다.
간병인 사용 일당은 입원 환자가 간병인을 고용할 때 하루 단위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특약이다. 업계에서는 보험사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삼성화재가 간병인 사용 일당의 하루 보장한도를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한 이후 DB손보, 현대해상, KB손보, 메리츠화재 등도 같은 금액으로 한도를 높였다. 간병보험 판매 경쟁으로 보장 한도가 오르자 일각에서 간병인을 불필요하게 고용하거나 허위로 간병비를 청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나타났다.
일부 보험사는 어린이 간병인 사용 일당 담보 손해율이 600%까지 급등하고, 성인 간병인 사용 일당 손해율도 300~400%에 달하는 등 손해율이 급속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시장이 포화한 상황에서 간병일당 담보가 영업 현장에서 필요한 측면이 있었다”며 “손해율이 너무 높아지다 보니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입 한도를 줄였다”고 말했다.
◇간병보험 이것 확인해야
사적 간병비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대에 따르면 3조6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사적 간병비는 작년 11조4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치매·간병보험 가입자들이 첫 달 낸 보험료 규모는 지난해(1~11월) 883억6606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0% 늘었다.
높아진 관심에 간병보험 관련 민원이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은 최근 간병보험 관련 유의 사항을 안내했다. 금감원은 “보험가입자는 간병인의 정의 등 약관상 보험금 지급·부지급 사유를 꼼꼼히 살펴 보험금 청구 시 불이익이 없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한 가입자가 골절로 인한 수술 및 입원 치료 중 A업체를 통해 간병서비스를 이용하고 간병인 사용 일당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가 지급을 보류했다. 보험사 측은 간병 비용을 지불한 것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이유를 밝혔다. 간병 서비스 제공에 따른 비용 지급이 확인되지 않으면 약관상 간병인의 정의를 충족하지 않아 보상이 제한될 수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받은 경우에는 간병인 사용 일당을 지급받지 못할 수 있다. 병원 입원 중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받고 간병인 사용 일당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 측에서 약관 조항에 따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사용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거절한 사례도 있다.
◇치매 간병 보장 범위는 확대
최근 보험사들은 치매와 관련해서는 보장 범위를 확대한 보험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나 최경증 치매까지 보장하고 검사비와 약물 치료비, 간병 등 보장 내용도 다양해졌다. 교보생명의 ‘교보치매·간병안심보험’은 CDR 3등급 이상의 중증 치매뿐 아니라 경도(CDR 1)·중등도(CDR 2) 치매 발생 시 진단 보험금과 매월 생활비를 지급한다. 예컨대 경도 치매 진단 시 일시금 500만원, 중등도 치매 시 일시금 1000만원 등과 함께 매달 생활자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한화손해보험이 내놓은 ‘한화 치매간병보험’도 중증 치매 위주로 보장이 이뤄진 기존 간병보험과 달리 경증 치매 단계도 보장한다. 방문요양, 주야간 보호, 복지 용구 등 수요가 많은 재가급여 항목을 개별 특약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KB손해보험은 ‘KB 골든케어 간병보험’에 신규 특약인 CDR 척도 검사 지원비를 포함했다. 흥국화재 ‘가족사랑 간편치매간병보험’은 업계 최초로 치매 치료제 레켐비 보장 특약을 넣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