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북미에서 손꼽힐 만큼 가톨릭 문화 영향력이 높던 캐나다 퀘벡주가 조력사망(MAID) 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1960년대 ‘조용한 혁명’을 거치며 개인 신체와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중시하게 된 영향이다. MAID를 제도화하기 전 장기간 사회적 합의를 거친 것도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됐다. MAID는 환자가 자발적 요청을 통해 의료진 도움을 받아 죽음을 선택하는 것으로, 미국과 한국 등에선 ‘안락사’로 불린다.
28일 캐나다 보건부의 ‘제6차 의료 조력사망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캐나다에서는 1만6499명이 MAID로 생을 마감했다. 이는 전체 사망자의 5.1%에 해당하는 것으로, 2023년 4.7%에서 소폭 상승했다. 캐나다 MAID의 36.4%가 퀘벡에서 발생했으며 이어 온타리오(30.0%), 브리티시컬럼비아(18.2%) 등 순으로 높았다.
퀘벡주에 따르면 2024년 4월부터 작년 3월까지 퀘벡 전체 사망자의 7.9%가 MAID로 숨을 거뒀다. 주 내에서는 라노디에르 지역 비율(13.4%)이 가장 높았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안락사를 중대한 죄로 보고 있다. 라노디에르를 비롯해 가톨릭교회 영향력이 강한 퀘벡에서 MAID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1960년대 시작한 조용한 혁명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회 중심 사회에 대한 불만과 산업화·도시화가 맞물리면서 1960년 퀘벡에서는 정치 세대가 교체됐다. 퀘벡 주정부가 교육·의료·복지 책임을 교회에서 넘겨받으면서 교회 영향력이 약화했다. 교회 가르침에 대한 지속적인 거부의 표현으로, 프랑스계 퀘벡인이 밀집한 지역에서 MAID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해석도 나온다.
MAID 제도화에 앞서 안락사의 사회적 인식을 개선한 것도 도움이 됐다. 퀘벡주는 MAID를 ‘존엄하게 죽는 방식’으로 규정했다. 안락사, 조력자살 등 부정적 용어 사용을 피했다.
환자 본인이 직접 생을 마감해야 하는 일부 해외 지역과 달리 의사, 전문간호사만 MAID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캐나다 다른 주에서는 환자의 약물 직접 투여를 허용하지만 대부분 의료진 투여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자벨 마르쿠 오타와대 교수는 “환자가 직접 약을 먹어야 하는 지역에서는 MAID 이용 비율이 훨씬 낮다”고 NYT에 말했다.
퀘벡주는 2014년 6월 캐나다 주 최초로 MAID를 규정한 ‘생애말기돌봄법’을 통과시켰다. 캐나다 연방의 의료 조력사망법 발효보다 2년가량 앞선 것이다. 캐나다의 다른 지역과 달리 퀘벡에서는 의원, 보건당국자, 윤리학자, 환자, 종교단체 등이 수년에 걸쳐 MAID에 관해 공개 토론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자기 죽음에 대한 자율성’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형성됐다는 게 뤼시 포이트라 퀘벡주 생애말기돌봄위원장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퀘벡주가 MAID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퀘벡은 2024년 ‘사전 요청 제도’를 도입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비롯해 불치 수준의 만성·퇴행성 질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을 잃기 전 MAID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연방 정부는 사전 요청 제도를 형법상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퀘벡주는 주법을 근거로 기소하지 않고 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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