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투자 원칙 깨진 ETF
하이닉스 주가 상승에 편승
반도체 종목들 꺾이면 역풍
ETF 매수전 편입종목 확인을
인공지능(AI)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으로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이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 그 지분 20%를 보유한 지주사 SK스퀘어를 동시에 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서 두 종목 합산 비중이 펀드의 절반 안팎을 차지하는 소위 '닉스퀘어(SK하이닉스+SK스퀘어)' ETF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나 정보기술(IT) 테마 상품뿐만 아니라 분산 투자를 지향해야 할 '가치주'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마저 닉스퀘어를 40% 안팎으로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8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국내 ETF 가운데 닉스퀘어 비중이 가장 높은 상품은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로 나타났다. 이 상품은 SK하이닉스를 25.9%, SK스퀘어를 24.5% 담아 두 종목의 합산 비중이 50.4%에 달한다. 연초 후 수익률은 160%를 기록하고 있으며 자금 유입액은 1조8409억원에 이른다.
그 뒤를 이어 'HANARO Fn K-반도체'가 49.3%라는 높은 닉스퀘어 비중을 기록했다. 연초 후 수익률은 무려 212%이며 유입액은 1조4032억원을 달성했다. 이 외에도 'TIGER 200 IT'(49%), 'KODEX 200IT TR'(46%) 등 IT·반도체 특화 상품들이 닉스퀘어를 절반 가까이 채웠다.
눈에 띄는 건 반도체와 무관해 보이는 상품들의 행보다. 'PLUS 코스피50'(40.3%)은 물론 'TIGER MSCI KOREA ESG리더스'(40.8%), 'RISE ESG사회책임투자'(38.8%), 'KODEX 가치주'(36.3%) 등 ESG와 가치주 테마 상품들까지 일제히 닉스퀘어 비중을 40% 안팎으로 끌어올렸다.
왜 이런 쏠림 현상이 발생했을까. SK스퀘어는 지주사이지만 지수 산출·업종 분류상 'IT·소프트웨어' 테마 등에 걸쳐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단일 업종에 적용되는 종목 편입 캡(Cap·비중 제한) 규정을 비켜 갈 수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SK하이닉스를 더 담고 싶어도 자본시장법과 지수 가이드라인상 단일 종목을 30% 이상 편입하기 어려운데, SK하이닉스와 주가 동조화 현상이 강한 SK스퀘어를 '우회 통로'로 활용해 반도체 상승 랠리에 추가 베팅한 것이다. 국내 ESG·가치주 지수의 높은 대형주 의존도도 원인으로 꼽힌다. 추종하는 지수들이 기본적으로 시가총액 비중을 반영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보니 SK하이닉스가 가치주나 ESG 평가 기준을 통과하는 순간 지수 내 비중이 기계적으로 급증한다.
닉스퀘어 편입 비중은 비슷하지만 상품의 본질적 테마와 인지도에 따라 성과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반도체 타이틀을 달고 대규모 자금을 흡수한 상품들과 달리 가치주와 ESG 상품들은 소외당하고 있다. 'RISE ESG사회책임투자'는 연초 후 121%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3973억원의 자금을 모았으나 'TIGER MSCI KOREA ESG리더스'는 수익률이 95%에 그치며 오히려 49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KODEX 가치주' 역시 수익률 108%를 기록했으나 순자산은 344억원 수준에 머물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이클이 꺾일 경우 가치주나 ESG 펀드마저 함께 폭락하는 동조화 위험이 있다"며 "투자자들은 상품명만 보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실제 편입 종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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