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뇨 치워라’ 명령 5번 불응
“의무 부과할 땐 절차 밟아야”
대법원,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지방자치단체가 가축분뇨를 옮기라는 처분 명령을 다섯 차례 내리면서 각각 사전통지와 의견청취 등의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가축분뇨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지난 2일 대전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충남 서산시에 있는 자신의 토지와 공장용 건물에 가축분뇨 5700t을 불법 보관하다 지난 2023년 2월 서산시청에 적발됐다.
서산시장은 A씨에게 ‘분뇨를 적법한 시설로 이동하라’는 취지의 선행 조치명령과 5회 조치명령을 내렸지만 A씨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A씨는 ‘퇴비로 인한 오염 발생의 우려가 없고, 순차로 농사에 사용해야 하므로 분뇨를 치울 수 없다’는 주장을 고집했다.
서산시장은 선행 조치명령을 내릴 당시에는 A씨에게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의견제출도 요구했지만, 다섯 차례의 조치명령 때는 이러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재판에서는 이 같은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서산시청의 조치가 적법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행정절차법은 행정청이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는 미리 당사자에게 통지하고,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처분 상대방이 위반 사실을 시인했거나, 사전통지 이전에 의견진술 기회가 있었다고 해도 이 절차는 준수돼야 한다.
1·2심은 각 조치명령이 모두 적법하다며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1심은 두 건의 재판이 분리 진행돼 각각 벌금 500만원과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심은 사건을 병합해 벌금 1000만원을 내렸다.
하급심은 서산시의 조치명령 5회는 선행 조치명령을 반복했기 때문에, 추가 사전통지나 의견제출이 필요하지 않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5회의 조치명령 모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봤다. 1차 조치명령은 선행 조치명령을 구체화하는 것을 넘어 ‘분뇨를 농경지 등에 살포하면 안 된다’는 새로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2~5차 명령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각 명령 사이에 1~3개월의 간격이 있으므로 그 사이에 사정변경의 여지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절차가 필요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각 조치명령별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없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서산시장에게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절차의 이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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