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출시한 ‘다이슨 키토산(Dyson Chitosan)’ 헤어 에센셜 케어도 가전제품 기업으로는 이례적인 행보 중 하나다. 가전 사업과 다른 분야의 제품이어서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으나, 다이슨의 대답은 명쾌했다. 뷰티와 기술의 경계를 넘어서는 도전 정신이 다이슨의 철학이며, 키토산 헤어 에센셜 케어 제품도 그 결과라는 것. 다이슨이 ‘가전 회사’가 아니라 ‘기술 기업’이라 강조하는 이유와 닿아 있기도 하다.
고객의 목소리를 시장 경쟁력으로 받아들인 다이슨
다이슨 키토산 제품의 출시 배경에는 모발 과학에 대한 연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헤어 기기를 직접 사용해 온 실제 고객들에 대한 이해가 있다. 다이슨은 2016년 슈퍼소닉 헤어 드라이어 출시 이후, 10여 년에 걸쳐 다양한 스타일링 기기를 개발해왔다. 이와 함께 다이슨이 세계 23개국의 2만 3000명을 대상으로 모발 컨디션, 스타일링 습관, 일상 생활에서 헤어 스타일링 시 겪는 불편함을 조사한 결과, 헤어 기기로 헤어 스타일링한 후 유지력이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22년부터 다이슨은 5억 파운드(약 9300억 원)를 투자해 2026년까지 키토산 라인을 포함한 20개의 뷰티 신제품을 내기로 했다.키토산 제품 자체가 다이슨 헤어 케어 제품의 스타일링을 돕기 위한 제품인 만큼, 다이슨의 헤어 케어 기기와 함께 쓰는 게 좋다. 크림 및 세럼을 함께 사용하면 유지력과 모발 보호 효과가 훨씬 더 좋다. 다이슨 헤어 케어 기기의 동작 방식에 최적화된 제품이긴 해도 다른 브랜드 헤어 케어 제품과 써도 무방하다.
다이슨 키토산 라인, 에어스트레이트 스트레이트너와 사용해보니
다이슨의 첫 헤어 케어 뷰티 제품을 지난 3월 7일 공식 출시된 ‘재스퍼 플럼(Jasper Plum)’ 한정판 기프트 에디션과 함께 직접 사용해봤다. 재스퍼 플럼 에디션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출시된 제품이다.
다이슨 키토산 헤어 에센셜 케어 라인은 ▲프리 스타일 크림 ▲포스트 스타일 세럼 2종으로 출시됐다. 이중에서 프리 스타일 크림은 리치 및 라이트로 나뉜다. 키토산은 갑각류의 껍질, 버섯 등을 구성하는 키틴질 등에 들어있는 성분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 및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건강 식품 원료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다이슨은 식물성 원료인 오이스터 머쉬룸에서 키토산을 추출한 뒤 고유의 트라이오데틱(Triodetic) 기술로 가공했다.
기존 스타일링 제품은 머리카락 사이를 엉겨 붙은 것처럼 뭉쳐서 고정하는 반면, 트라이오데틱 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가닥 하나하나의 스타일링을 가벼운 실 본드 구조로 고정한다. 이 기술 덕분에 습도 80% 환경에서도 모발의 끈적임, 뭉침 없이 스타일링을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다이슨 키토산 제품은 모든 모발 타입에 적합하며, 탈색, 염색 및 파마를 한 모발에도 가능하다. 스타일링 전 사용하는 프리 스타일 크림은 최대 230°C의 열로부터 모발을 보호하고, 컨디셔닝 효과를 주어 부스스함을 줄여준다.
스타일링 후 사용하는 포스트 스타일 세럼은 보습 기능을 제공해 윤기 있게 마무리한다. 프리 스타일 크림과 포스트 스타일 세럼을 함께 사용하면 더욱 좋으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하고 싶으면 프리 스타일 크림을 써보자.
먼저 수건으로 적당히 말려준 후, 프리 스타일 크림을 한 두 번 펌핑해 손바닥에 펴 바른다. 키토산 제품 용량은 100ml로, 원통형 용기는 세워 놓을 수 있어 편하다. 이 용기는 매번 0.22ml가 나오게 설계됐다. 크림은 모발 중간부터 끝까지 도포한다. 제품명은 크림이지만 바르는 순간 투명한 세럼 제형처럼 변해 가볍게 발렸다. 어깨를 넘는 긴 머리여서 두 번 더 펌핑해 발라줬는데, 너무 많이 바르면 미끄러움이 남을 수 있어 주의한다. 시트러스 계열의 향은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듯하다.
헤어 기기로 스타일링을 마치면, 비교적 가벼운 제형의 포스트 스타일 세럼도 적당량을 손바닥에 펴 발라 모발 전체에 도포한다. 이 세럼에는 히알루론산과 모발 단백질의 구성 요소인 아미노산 혼합물이 포함돼 거칠어진 머릿결과 끝 갈라짐을 개선한다.
키토산 헤어 에센셜 케어 제품의 효과는 눈에 띌 정도다. 차이를 확인하고자 머리카락을 반으로 나누어 한쪽에만 크림 및 세럼을 바르고 다이슨 에어스트레이트 스트레이트너로 머리를 건조 및 스트레이트했다. 머리카락 모두 건조한 직후, 모발의 거친 정도에서 차이가 느껴졌다. 키토산 제품을 바르지 않은 쪽보다 머릿결이 훨씬 부드럽게 마무리됐다. 집에만 있는 경우, 또는 외출한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크림 및 세럼이 다이슨 에어스트레이트 스트레이트너로 마무리한 헤어 스타일링을 더 오래 유지해주는 효과도 있었다.
키토산 가격은 7만 9000원으로, 시중의 헤어 제품보다 비싼 편이다. 기존 에어랩 제품을 써왔던 고객이 스타일링 유지력에 아쉬움을 느꼈다면 사용해 볼 만하나, 그렇지 않다면 부담이 될 수 있다. 꾸준히 사용할 의향이 있다면, 다 쓴 후 본품보다 1만원 저렴한 가격의 리필 제품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자.다각적 접근해야 살아남는 시장, 경계없는 혁신 사례 계속될 듯
다이슨이 헤어 에센셜 케어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경영학 관점에서 ‘핵심 역량 전략(Core Competency Strategy)’과 맞닿아 있다. 1990년 발간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기사는 경영 활동은 소비자에게 뛰어난 가치나 혜택을 제공하고, 경쟁자가 복제하거나 모방하기 어려워야 하며, 드물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다이슨 키토산 헤어 에센셜 케어 제품 역시 단순히 뷰티 제품을 내놓았다는 의의를 넘어서 독창적인 헤어 케어 제품과 같이 쓰기 좋은 독점적 화장품의 색깔을 띈다.
이미 헤어 케어 가전과 뷰티 업계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 뷰티 기업인 로레알(L’OREAL)도 지난해 광자 출력 방식의 신개념 헤어드라이어 ‘에어라이트 프로’를 선보였고, 챗봇 방식으로 제품을 추천하는 생성형 AI인 ‘뷰티 지니어스’도 공개했다. 가전 기업이 화장품을 내고, 화장품 기업이 가전을 내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제품의 독점적 영역을 만들어 생존하려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산업과 기술은 융합되고 있다. 기업은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는 것을 넘어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로 새로운 방향을 개척한다. 다이슨의 사례처럼 기술이 시장을 만드는 것은 물론 소비자가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조 기업이 자사의 주력 제품 및 서비스 이외에 부수적인 요소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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