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부 탄 신임 인텔 CEO는 “인텔에 합류하게 되어 영광이며,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주에게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편할 기회를 얻게 됐다”라면서, “인텔은 강력하고 차별화된 컴퓨팅 플랫폼, 방대한 고객 기반, 그리고 프로세스 기술 로드맵 재구축을 통해 견고한 제조 기반까지 갖추고 있다. 미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해온 작업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인텔이 새 CEO를 임명하자 시장도 즉시 반응했다. 최근 몇 달새 어려움을 겪던 인텔 주가는 장중 4.55% 상승했으며, 장 마감 이후에도 11.46% 상승해 23.05달러를 기록했다. 인텔 회사 차원에서는 다시 한번 회사를 끌어올릴 원동력을 확보한 셈이지만, 당장 립부 탄 CEO에게 얹어진 일이 너무 많다. 인텔의 대내외적인 상황과 앞으로 신임 CEO의 과제를 진단한다.
신임 CEO, 립부 탄은 어떤 인물?
립부 탄의 대외적인 직함은 월든 인터내셔널 회장 겸 월든 카탈리스트 벤처스의 창립 관리 파트너다. 월든 인터내셔널은 1986년 설립된 미국계 벤처캐피털로 정보통신,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SaaS 부문에 주로 투자한다. 지금까지 331개 기업에 투자해 142번의 엑시트를 이뤄낸 바 있고, AMD에 인수된 바 있는 노드.AI나 인텔이 인수한 하바나랩스, 미국의 AI 반도체 기업 삼바노바 시스템 등 선구적인 기업도 포함돼 있다. 컴투스, 선데이토즈, 미래나노텍 등 국내 기업에도 투자한 전력이 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로서도 잘 알려져 있지만, IT업계에서도 입지적인 인물이다. 그는 2008년부터 15년 간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을 이끌며 매출은 두 배 이상, 주가는 3200%를 끌어올린 바 있으며, 퀄컴에 인수된 누비아, 온세미에 인수된 콴테나, 마벨이 인수한 아콴티아, 이노비움 등에서도 이사회를 지냈다. 그는 현재도 HPE, 소프트뱅크, 슈나이더 일렉트릭 에너지의 이사회 소속이다.
사실 그는 인텔과도 인연이 깊다. 립부 탄은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 등 반도체 업계의 풍부한 재직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22년 9월 1일부터 인텔 이사회에서 선출됐고, 인텔 파운드리 사업 자문위원회 의장까지 지냈다. 하지만 2024년 8월 돌연 이사회에서 사임해 의문을 자아낸 바 있다.
당시 정확한 사임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립부 탄은 인텔의 대규모 인력 구성과 계약 생산 방식, 위험 회피적이고 관료주의적인 문화를 놓고 우려를 제기했으며 이 부분에서 최고 경영자인 펫 겔싱어와 마찰을 일으킨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다. 이를 전후로 인텔은 배당금 중단, 자본 지출 삭감, 인텔 파운드리 사업 표류 등 어려움을 겪었고, 12월에 펫 겔싱어까지 사임하며 전래 없는 위기를 맞는다.이후 약 3개월 간 데이비드 진스너, 미셸 존스턴 홀타우스가 임시 공동 CEO를 맡으며 사업을 유지해 왔고, 갑작스럽게 이사회를 사임했던 립부 탄이 다시 한번 CEO로 재기하며 다시 일어설 준비를 시작했다.
트럼프 리스크·파운드리 사업·첨예화하는 반도체 경쟁
반도체 업계 전문가인 립부 탄이 인텔의 신임 CEO로 부임하면서 인텔의 파운드리 전략을 비롯한 대내외적인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케이던스 CEO 시절, 립부 탄은 전자 설계 자동화(EDA) 소프트웨어 기업인 포트폴리오를 맞춤화된 반도체 칩 설계를 찾는 고객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현재 케이던스 매출의 70%가 EDA에서 나오며, 이 70%중 이중 27%가 논리 설계에 대한 기능 검증, 25%는 디지털 칩 디자인, 19%는 맞춤형 디자인 및 시뮬레이션으로부터 나온다.
인텔이 반도체 설계 전문가를 최고경영자로 앉쳤지만, IDM 2.0으로 불리는 파운드리 전략은 일단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립부 탄 CEO가 “팀 전체가 미래를 대비해 비즈니스를 구축해 온 노력을 기반으로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했는데, 기존 노력이 IDM 2.0이고 이를 기반으로 하겠다는 뜻으로 내비친다.
대내외적으로 이런 기조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현지시간으로 3월 13일, 로이터는 TSMC가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에게 인텔 파운드리에 대한 합작 투자 요청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를 운영하면서, 50% 이상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로이터는 아직 논의가 초기 단계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할 것이라 보도했다. 립부 탄 CEO로서는 부임하자마자 TSMC와의 관계 구축을 시작해야 할 수 있다.
또한 올해 하반기 예정인 18A(옹스트롬) 공정의 성공적 완수와 계약 체결도 당면 과제다. 인텔은 지난해 2나노미터 공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차세대 18A 공정을 진입해 올해 양산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전력 소모나 수율 등에 문제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제품 측면에서는 18A 공정 기반의 팬서레이크를 올해 말 출시한다. 당초 팬서레이크는 18A 공정 지연으로 올해 말 공개 및 내년 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현재 개최 중인 임베디드 월드 2025 인텔 부스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공개됨에 따라 비교적 순조롭게 출시될 예정이다. 이어서 서버용 제품인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를 통해 AMD에 뺏기고 있는 서버 시장 점유율도 되찾아야 한다.
립부 탄, 쓰러진 거인 다시 세울까
림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는 역대 인텔 CEO 중 가장 어려운 조건에서 취임한 경영자일 것이다. 2020년 1월 인텔의 시가총액은 2920억 달러(약 424조 원)이었으나, 현재는 839억 달러(121조 9000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주가 역시 20.68달러로 매우 낮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 파운드리의 분사를 원하고 있고, 경쟁사인 AMD의 시장 점유율도 크게 높아졌다.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에서 부임한 림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가 앞으로 어떻게 인텔을 이끌어갈지, 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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