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작은 지니”
지니는 극 중 최고의 ‘씬 스틸러’다. 배우 정원영(40)은 제작진 사이에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지니’라고 불린다. 함께 트리플 캐스팅 된 배우 정성화, 강홍석은 물론 영화 속 지니로 등장한 미국 배우 윌 스미스에 비해 몸집은 아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발적인 에너지와 존재감만큼은 누구보다 크게 느껴진다. 13일 극장에서 만난 정원영은 “개막 후 200번을 넘게 공연했지만 역할에 완전히 적응이 안 됐다. 매일 어렵고, 매일 새롭다”며 웃어보였다.
지니는 그에게 각별한 배역이다. 10년 전 일본에서 알라딘을 처음 본 뒤 “내가 하고 싶은 노래, 춤, 연기 세 박자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는 지니뿐”이라고 확신해 왔다고 한다. 당시 동료 배우들도 “넌 알라딘보다 지니에 더 어울린다”고 말해줬다.오디션에서는 작고 날렵한 체구를 강점으로 삼았다. 아크로바틱 동작 중 하나인 ‘하우스턴’으로 등장해 화려하게 등장해 외국 스태프들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브로드웨이 지니들은 워낙 체구가 크니까 조금만 움직여도 반응이 오잖아요. 저는 더 많이 움직여야 박수를 받을 수 있겠더라고요.”
그의 지니는 보디가드 같이 듬직하진 않지만, 더 귀엽고 깜찍하다. 그는 “다른 지니보다 더 애교스럽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지니가 되고 싶었다. 알라딘에게도 선생님보다 친구 같은 존재로 다가가려 했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선 직접 개발한 애드립인 ‘지가지니(지니+기가지니)’ 등을 활용해 재치를 더했다. “처음엔 PPL로 오해받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동료들이 웃는 걸 보니 관객들도 웃어줄 것 같더라고요.”
가장 인상 깊은 무대 위 순간은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들을 때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직관적인 개그에 더 많이 반응하고, “얘 갔어?”라고 관객에게 말을 걸면 “네!”라고 대답한다. 무대와 객석이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램프에 갇혀 있던 지니는 알라딘을 만나 처음으로 세상과 연결되고, 소원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감정을 갖게 되는 존재다. 정원영은 자유를 갈망하는 지니의 인간적인 면모를 풍부히 표현하려 했다. 그는 “연출진 역시 지니를 과장된 만화 캐릭터가 아닌 인간답게 그리고자 했다”며 “지니의 갈망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늘 램프 안이 ‘답답하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2007년 뮤지컬 ‘대장금’의 앙상블로 데뷔한 그는 ‘맨 오브 라만차’, ‘렌트’, ‘신과 함께’ 등 다양한 작품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탄탄한 경력의 그에게도 지니는 곧 ‘간절함’이었다. “18년 공연 하면서 이렇게 간절하게 캐릭터를 원한 적이 있었나 싶었어요. 첫 공연 날 친한 강홍석 배우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형 너무 축하해’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러면서 “조용히 뮤지컬을 하고 있던 내게 인생에 단 한 번 오는 ‘터닝포인트’가 왔던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배우 정승호, 이모는 배우 나문희다. 보다 일찍 배우로서의 길을 걸어온 가족들은 늘 그에게 연기 조언보다도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해줬다. 연기 조언보다도 “항상 스탭과 배우들이 ‘나이스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늘 소원을 들어주던 ‘착한 지니’처럼, 그의 궁극적 목표 역시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배우다. “배우 일을 하면서 내가 영향력이 생긴다면 그걸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어요.”알라딘 서울 공연은 6월 22일까지다. 7월 11일부터 9월 28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아무런 마음의 기대도, 생각 없이 무대 보러 오세요. 나머지는 지니가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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