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폭염에 활동 못했지만
가을비 내리자 서식 유리해져
모기예보 ‘관심’ 단계 지속에
12월 모기 출몰 예상도 나와
“오랜만에 밤 11시부터 자기 시작했는데 새벽 1시께 간지러워서 깼어요. 모기 10마리 잡으며 손에 피칠갑을 하고서야 새벽 3시 30분께 다시 잠들었네요”
직장인 한 모씨(45)는 요즘 가을 모기 때문에 통 잠을 못 이룬다. 환기할 겸 창문을 열어 놓으면 모기들이 방충망 틈을 뚫고 들어와 사방팔방 물어댔기 때문이다.
가을철 뒤늦은 모기의 기승으로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름철 폭염이 이어지고 강수가 적었던 탓에 활동하지 못했던 모기가 ‘더운’ 가을 날씨를 더 선호하는 까닭에 시민들이 때 늦은 모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레몬, 계피 같은 향기를 띈 오일 등이 모기 쫓기에 ‘효과만점’이라고 조언한다.
22일 서울시 모기예보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지난 8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모기 발생 단계’가 2단계(관심)으로 나타났다. 2단계는 야외에 모기유충 서식지가 20% 이내지만, 외부기온이 낮아지면 집 안으로 모기 침입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상태를 뜻한다. 지난 2일에는 단계가 3단계(주의)로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까지 늦더위가 이어진 것도 가을 모기 출몰에 영향을 줬다. 변온 동물인 모기는 통상 9월 중순 이후 월동 여부를 결정하는데, 올해는 9월까지 늦더위가 이어지고 10월 중순까지도 낮 최고 기온이 25도에 육박하면서 가을 모기가 증가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도심에서 찾을 수 있는 모기는 대부분 빨간집모기인데, 이 모기는 32도 이상 올라가면 활동을 거의 안 하고 25~27도를 가장 선호한다”며 “올해 여름은 30도 이상인 폭염이 이어지며 모기의 활동이 어렵다가 가을이 돼 기온이 좀 떨어지니 모기가 활발히 활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평균 기온 상승으로 매년 가을 모기가 출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교수는 “모기는 13도 이하로 떨어지면 활동을 못하는데, 봄이 빨라지면서 모기 출연 시기가 20년 전에 비해 두 달 빨라진 3월 하순이 됐다”며 “앞으로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모기가 더 빨리 출연하고 더 늦게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이며 12월까지도 모기가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기 퇴치에 효과적인 수단은 ‘향’이다. 학술지 ‘국제 생의학 연구’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모기는 레몬, 계피, 유칼립투스, 시트로넬라 등 에센셜 오일 향을 싫어한다. 이런 향이 나는 오일을 뿌리거나 식물을 기르면 모기를 퇴치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모기에 물린 부위가 가려울 때는 긁는 것보다 약을 바르는 것이 좋다.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에는 항히스타민제(디펜히드라민), 국소마취제(디부카인), 반대자극제(살리실산메틸, 멘톨, 캄파)가 들어 있다. 이들 성분은 통증과 가려움증을 줄여준다.
다만 30개월 이하 유아들에게 바르는 약을 사용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린이 전용 약품을 구매하되, 이마저도 신생아와 2살 미만 영아들에게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일부 성분이 경련을 유발한 사례가 있어서다. 돌 전 아기의 경우 비판텐 연고를 발라주고 차가운 물수건으로 냉찜질을 해주면 좋다. 시간이 지나도 모기 물린 부위가 낫지 않고 부풀어오른다면 병원을 가야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