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십 넘어 음악으로 성장한 로드리고, Z세대 록 아이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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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가 되는 길에는 정석도 있고, 실패하는 길도 있다. 그리고 올리비아 로드리고만의 길이 있다.”

미국 음악 매체 피치포크는 22일(현지 시간) 싱어송라이터 올리비아 로드리고(23)의 최근 행보를 이렇게 평가했다. 2021년 곡 ‘드라이버스 라이선스(drivers license)’로 데뷔한 그는 세 장의 정규 앨범을 연이어 흥행시키며 요즘 팝 시장을 대표하는 Z세대 싱어송라이터로 자리 잡았다.

디즈니 스타에서 Z세대 록 아이콘으로

로드리고가 12일 발매한 정규 3집 ‘유 심 프리티 새드 포 어 걸 소 인 러브(You Seem Pretty Sad for a Girl So in Love)’의 반응이 뜨겁다. 이 앨범에 실린 13곡 모두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30위권에 진입했다. 타이틀곡 ‘스투피드 송(Stupid Song)’을 비롯한 4곡은 10위권에 들었다. 빌보드는 “로드리고는 1~3집 정규 앨범 스탠더드 에디션에 수록된 모든 곡을 ‘빌보드 핫100’ 톱40에 진입시킨 첫 아티스트가 됐다”고 전했다.

로드리고는 ‘디즈니 아역 출신’이라는 미국 팝스타의 익숙한 성장 경로를 거쳤다. 2015년 영화 ‘아메리칸 걸: 그레이스 스터스 업 석세스’로 데뷔한 그는 2016년 디즈니 채널 드라마 ‘비자드바크(Bizaardvark)’, 2019년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하이 스쿨 뮤지컬: 더 뮤지컬: 더 시리즈’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데뷔곡의 폭발적인 성공은 현실 서사와 맞물린 효과도 컸다. ‘드라이버스 라이선스’는 운전면허증을 딴 소녀가 이별 뒤 느끼는 상실감을 노래한 발라드. 로드리고와 배우 조슈아 바셋, 가수 사브리나 카펜터와의 삼각관계를 둘러싼 노래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데뷔곡으로선 이례적인 성공을 거뒀다.

2021년 5월 발매한 1집 ‘사워(Sour)’가 이별 뒤의 아픔을 10대의 언어로 터뜨린 앨범이었다면, 2023년 9월 발매한 2집 ‘거츠(Guts)’에서는 스무 살 무렵의 불안과 수치심, 자기비판을 더 거칠고 신랄하게 풀어내며 음악적 세계를 넓혔다는 평이 나온다.

이번 3집은 가십을 넘어 음악 자체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로드리고의 음악이 그동안 연애사를 둘러싼 추측과 함께 소비돼 왔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누구에 관한 앨범인지가 가장 덜 흥미로운 부분”이라며 “누구에 관한 것이든 대단히 완성도 높은 팝 앨범”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음악 매체 NME는 이 앨범을 “성인기의 사랑이 지닌 고조와 침체를 영화적인 화려함으로 담아낸 작품”이라며 “로드리고가 송라이터이자 작곡가,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보여주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라고 했다.

가십과 기타 사이, 로드리고의 영리한 성장법

로드리고의 차별점은 디즈니 아역 출신 팝스타라는 출발점에 기타를 든 록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결합했다는 데 있다. 아역 스타가 성인 팝스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흔히 택했던 ‘성숙한 이미지 변신’ 대신 로드리고는 손수 쓴 노랫말과 밴드 사운드, 무대 위 록스타적 에너지를 앞세웠다. 1990~2000년대 여성 록 스타였던 에이브릴 라빈, 앨라니스 모리셋 등이 Z세대에 의해 다시 ‘레전드’로 소비되는 분위기도 로드리고의 인기에 한 몫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희윤 대중가요평론가는 “로드리고는 데뷔곡부터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붙잡았지만, 음악은 진지하게 가져가는 ‘이율배반적 전략’으로 스타성과 아티스트로서의 장점을 함께 확보했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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