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 아직 안 끝났는데”… 정부 합의 움직임에 피해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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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 인정 자체를 받지 못했는데 무슨 합의위원회를 꾸린단 말입니까?” “그래도 정부 조정 방안을 한번 들어 봅시다”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국가책임을 인정한 판결 이후 9개월 만에 정부와 피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간담회를 가졌다. 17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정부는 피해자 집단 합의 위원회를 꾸릴 계획을 설명하며 피해자 대표단 선출안 등을 안내했지만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피해 인정을 받은 피해자 측과 피해 인정을 받지 못한 측 간의 입장 차가 컸다. 피해 인정을 받은 측은 정부가 연내 국가 책임이 반영된 피해자 지원 방안 등을 담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정부안에 관심을 보였지만,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측은 피해자 인정에 대한 추가 조치 없이 정부가 피해구제법 개정에 앞서 집단 합의위원회를 꾸리려는 점에 반발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정부가 피해자 집단을 둘로 갈라치기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아 정부 측에 항의하고 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17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아 정부 측에 항의하고 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한 이들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신청자(7983명)의 73% 수준인 5828명이다. 피해자 민모 씨는 “나는 피해 인정을 받았지만 함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던 아들은 피해자가 아닌 단순 노출자로 분류되고 있다”며 “정부에서 주도하는 환경노출조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피해자 박모 씨는 과거에 사용했던 가습기 살균제를 흔들어 보이며 “피해 인정을 받지 못한 대다수 피해자들은 조정안을 만들기 전에 가해자가 피해자를 판정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조정안에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환경부는 6인 혹은 9인으로 구성된 피해 대표단 선출안을 제안했다. 피해자 김모 씨는 “대표단에 피해자를 대리하는 제3자가 포함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정부는 “법적으로 후견인이신 분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네 식구 모두가 피해 인정을 받았다는 A씨는 “2022년 민간 조정이 흐지부지된 이후 개별적으로 기업과 소송 중이다. 조정위가 가동되는 경우 정부가 소송의 진행을 중지하거나 미뤄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정부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추후 확인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일부 피해자는 과거 자신이 사용했던 상품을 가져와 “왜 피해 인정을 해 주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일부 피해자는 과거 자신이 사용했던 상품을 가져와 “왜 피해 인정을 해 주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또 다른 피해자는 “가습기 살균제에 ‘안전하다’는 상표가 붙은 걸 보고 사용했다”며 “기업의 보상액을 국가가 보조하는 식으로는 안 된다. 국가가 기업보다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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