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대로변과 골목 곳곳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빛기둥’이 세워진다. 서울 중구는 명동 일대를 미국 타임스스퀘어 같은 야경 명소로 탈바꿈시키는 ‘명동스퀘어’의 핵심 프로젝트인 ‘스마트 미디어폴’ 설치를 본격화한다고 16일 밝혔다.
◇가로등 대체하는 ‘미디어폴’
스마트 미디어폴은 기존 가로등에 디지털 스크린, CCTV, 공공 와이파이, 비상벨 등을 결합한 미디어 복합 시설이다. 실시간 날씨 정보와 미세먼지 수치, 지역 행사 안내, 미디어아트 콘텐츠 등을 볼 수 있다. 비상벨은 경찰서와 구청 스마트 관제센터로 즉시 연결돼 위기 상황에 곧장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미디어폴은 거리의 공간 구조는 물론 유동인구 흐름을 반영해 세심하게 설계됐다. 을지로입구역에서 신세계백화점 본점으로 이어지는 남대문로 대로변에는 기존 가로등을 대체한 대형 미디어폴 14기가 들어선다.
명동중앙길(30기)과 명동8나길(10기)에는 보행자 안전과 편의성을 고려해 기능 중심의 소형 미디어폴이 마련되고 명동예술극장 앞과 명동역 6번 출구에는 관광객 동선 안내를 위한 ‘팔로잉 미디어’가 1기씩 설치될 예정이다. 모두 시야 방해와 빛 공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치 각도와 조도를 조정했으며 도시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높이와 크기 등에도 신경 썼다는 설명이다.
실시간 중계, 사용자 참여 콘텐츠 등을 송출해 시민, 관광객과의 소통 기능도 강화할 방침이다. 한 미디어콘텐츠 제작업체 관계자는 “미디어폴을 설치한 다른 국내외 도시와 실시간으로 거리 영상을 공유하거나 QR코드를 통해 시민이 찍은 영상 등을 미디어폴 화면에 띄우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명동중앙길 미디어폴과 팔로잉 미디어는 18일 서울시 옥외광고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다음달 착공할 예정이다. 이어 명동8나길과 남대문로 미디어폴 역시 연내 심의를 받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 기대
구는 미디어폴 조성을 통해 명동 거리가 입체적인 정보 공간으로 변모하고, 주변 상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사업은 사업자가 시설물을 제작·설치한 뒤 중구에 기부하고, 광고 운영권을 통해 설치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또 광고 수익 일부를 공공기여금으로 조성해 지역 경제에 돌아갈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짰다.
명동스퀘어는 올해 신세계백화점 신관, 교원빌딩, 롯데영플라자, 하나은행 등 주요 건물 외벽에도 초대형 전광판을 순차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명동 거리 전체가 스마트 기술과 예술, 도시 경관이 어우러지는 디지털 미디어아트 캔버스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주변 상인도 이 같은 미디어폴 설치를 반기고 있다. 명동 근처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야간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 상권이 더 살아날 것 같다”며 “다만 좁은 길에 지나치게 많은 인파가 몰리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구 차원의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미디어폴을 통해 스마트 관제센터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이 이뤄지기 때문에 방문객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명동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명동스퀘어가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미디어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