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예술가 시대는 끝"…90년대생 발레단 대표의 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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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별 윤별발레컴퍼니 대표 인터뷰
결혼자금 털어 넣은 '갓' 흥행 성공
"대형 발레단에 안 밀리는 공연이어야"
다음 도전 '카르멘'…캐릭터 매력 극대화

ⓒ박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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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예술가라는 말은 끝나는 시대여야 합니다.”

윤별 윤별발레컴퍼니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돈이 있어야 좋은 예술도 계속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2년 창단한 민간 발레단의 대표를 맡고 있는 90년대생 예술가의 발언치곤 과감하다.

여기에는 창작발레 '갓'을 완성하기 위해 결혼자금까지 투입했던 경험이 녹아 있다.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 등 대형 발레단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공연을 계속 선보이겠다는 패기다.

결혼자금 털어 넣어 만든 ‘갓’

윤별발레컴퍼니는 ‘발레계의 스타트업’으로 불린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대기업이라면, 윤별발레컴퍼니는 아직 창업 초기기업에 가깝다는 의미다. 윤 대표는 “(창업 당시) 뜻이 맞는 친구들이 모였고 총대를 멨다”며 “여름만 되면 비가 새고, 공간 분리도 이뤄지지 않았던 허름했던 연습실에서 출발했다”고 회상했다.

윤별발레컴퍼니의 이름을 알린 작품은 ‘갓’이다. 종잣돈은 공공기관의 지원금 2900만원이었다. 20명이 넘는 무용수와 조명, 음악, 식사, 연습비 등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실제 제작비는 8000만원가량 들었고, 부족한 금액은 윤 대표가 결혼을 위해 모아둔 자금을 털어 메웠다.

그는 “이른바 ‘짜치는’ 무대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돈을 아끼려 한 티가 나는 공연을 올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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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국의 전통 모자인 갓을 소재로 삼은 이 작품은 국내 관객뿐 아니라 해외 관객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지난 5월 태국과 베트남에서 공연을 펼친 데 이어 9월에는 홍콩 등서 관객을 만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보다 앞서 전통모자 갓으로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사례로도 언급된다.

‘갓’은 결과적으로 윤 대표에게 ‘결혼을 시켜준 작품’이 됐다. 그는 “무용 공연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일은 흔치 않다”며 “천운이 온 것도 맞지만, 제작 과정을 기록해 두는 등 그 기회를 잡을 준비를 늘 해뒀다”고 설명했다.

완벽해야 하는 발레단 대표

윤 대표는 현재 무용수로서도 무대를 누비고 있다. 그는 “무용수 윤별과 대표 윤별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용수로서는 인간미 있고 저돌적인 춤을 추는 사람이었다”며 “하지만 대표로서는 매 순간 완벽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고 털어놨다.

현재 30여 명의 무용수와 기획팀, 안무가가 그의 결정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단원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도, 가난해질 수도 있다”며 “그래서 모든 선택이 훨씬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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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는 공연의 모든 단계에 직접 관여한다. 각종 홍보물의 시각 디자인 콘셉트까지 그의 머릿속에서 출발한다. 윤 대표는 “요즘 시대에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만큼 좋은 마케팅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공연장에 오기 전부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발레 관객층의 변화도 체감 중이다. 과거 발레 공연장은 전공자나 무용계 관계자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인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성인 ‘취발’(취미발레) 인구가 급증했고, 남자 무용수의 경연을 다룬 국내 프로그램 등이 흥행하며 무용수들도 대중적 인지도도 높아졌다.

윤 대표는 “일반 관객 비율이 80~90%까지 된다고 느낀다”며 “마케팅에 이끌려 온 관객들이라도 막상 알맹이가 부실하면 다시는 발레장을 찾지 않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에 더 집중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강소 발레단’의 자부심

발레계에선 국립발레단이나 유니버설발레단 같은 대형 발레단에 인기와 관객층을 과점하고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하지만 윤 대표의 시각은 다르다.

그는 “국립발레단이 삼성전자 같은 곳이라면, 그렇다고 세상에 삼성전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고의 공연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윤 대표는 “관객은 무대를 볼 때 예산 규모가 얼마인지 따지지 않는다. 오직 무대로 평가할 뿐”이라며 “그래서 한정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써서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박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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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별발레컴퍼니의 다음 도전은 ‘카르멘’이다. 윤 대표는 “카르멘은 가장 하고 싶었던 작품 중 하나”라며 “음악이 아름답고 스토리도 완벽하다”고 설명했다. ‘갓’을 무대에 올릴 때 소품과 춤의 이미지에 집중했다면 ‘카르멘’은 모든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만들 예정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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