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수들, 트럼프와 7시간반 골프 회동…"관세·투자 등 깊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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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총수들, 트럼프와 7시간반 골프 회동…"관세·투자 등 깊은 대화"

18일 오전 9시15분(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 큼지막한 검은색 리무진이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문을 열고 나온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골프 라운드 때마다 쓰는 흰색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착용한 그는 기다리고 있던 기업인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함께 리무진 버스를 타고 먼저 골프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7시간35분가량 함께하며 미국 투자 확대, 관세율 인하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韓총수들, 트럼프와 7시간반 골프 회동…"관세·투자 등 깊은 대화"

◇예상보다 길었던 ‘골프 회동’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현직 미국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형식은 골프 회동이었지만 한국 기업의 대미(對美) 투자와 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하는 사실상 ‘비즈니스의 장(場)’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기업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지지부진한 관세 협상을 풀 실마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외교 무대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이날 참석한 그룹 총수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즐기며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측 정부 관계자를 뺀 채 우리 기업인들이 미국 정재계 인사를 만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정재계 인맥 교류와 더불어 무역 협상, 미국 투자 등이 주제로 오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골프 회동은 예상 시간을 훌쩍 넘어 7시간35분 동안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장을 빠져나온 시간은 오후 4시50분. 통상 그가 5~6시간 만에 골프를 끝내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인과 한 조에서 치지 않았더라도 경기 전후, 식사, 휴식 시간 등에 돌아가며 대화했을 것으로 산업계는 추정한다.

백악관은 이날 각 팀을 미국 정부 관계자 1명과 미국 골프 선수 1명, 기업인 2명 등으로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한 조에서 골프를 친 기업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백악관은 기자단의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다만 기업 규모와 미국 투자 액수 등을 감안할 때 삼성,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인이 트럼프 대통령과 동반 라운드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가 많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380억달러(약 52조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260억달러(약 37조원)를 투입해 루이지애나 일관제철소와 조지아주 자동차 공장 증설 등을 추진 중이다. 한화그룹은 한·미 조선업 협력의 상징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2차 뒤풀이는 손정의 회장이 주재

이번 골프 회동을 주선한 이는 손 회장이다. 손 회장은 이날 골프 회동 직후 마러라고리조트에서 7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투자 유치 행사를 주최했다. 이 회장 등 기업인도 골프 회동 후 검은색 리무진 버스를 타고 행사가 열린 팜비치섬의 5성급 호텔로 함께 이동했다.

손 회장이 골프 회동 주선자가 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향후 4년간 5000억달러(약 715조원)를 들여 미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그가 주도하고 있어서다. 미국 인공지능(AI) 역사상 최대 인프라 투자로 꼽히는 이 프로젝트는 여러 글로벌 기업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손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내세워 해외 기업인을 불러모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스타게이트는 ‘마가’를 위해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프로젝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프로젝트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를 대거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사로 합류했다. 이번 만남에서 스타게이트 협력 방향을 구체화하고, 추가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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