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 고문 활동 시작
문승욱 전 산자부 장관 인터뷰
소버린 AI 자칫 갈라파고스 정책 될까 우려
산업별 글로벌 AI 활용 전략도 필요
“한국의 반도체, 철강 등 분야에 관세가 부과되면 결국 미국의 수요기업에게 부담이 된다는 점을 적극 어필해야 합니다. 이 같은 ‘우리만의 ’공급망 우위 산업’을 중심으로 통상협상 과정에서 미국과 윈윈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합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만난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과 통상협상 전략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년간 산업부 장관을 역임했다.
문 전 장관은 재직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 대응을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 제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국만의 킬러기술 확보 지원이 해당 법안 주요 골자였다.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회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기반을 만드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2030 탄소감축 목표(NDC) 관련 산업계 전략 수립, 스마트공장 도입 확산 등도 그의 ‘작품’ 중 하나다.
그는 “한국은 자유무역으로 성장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자국우선주의가 대두되는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도 ‘자유무역’이라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전제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 전 장관은 “관세 부과는 미국 수요기업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에 대해 한미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지점을 종합적으로 찾아 협상에 임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 관세에 막힌 중국 상품들이 한국으로 유입되는 것에 대해서도 부작용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는 별도 품목관세로 지정돼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연방정부, 주 정부, 해당주의 연방의원 등 다각적 채널을 통해 서둘러 소통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많았는데 관세 이슈 등 때문에 금년 상반기 3위로 내려왔다”며 “너무 늦어지기 전에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전 장관은 AI와 관련해 ‘갈라파고스 증후군’을 야기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우리 것’만 고집하다가 세계 시장에서 상품경쟁력이 뒤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중간 AI 패권경쟁에 대응하는 있는 우리 자체의 소버린 AI 구축은 기술독립을 향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한 뒤 “한국의 각 산업이 제품 제작공정이나 기능, 활용 등에서 글로벌 AI와 융합돼 미래경쟁력을 선점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 측면에서는 물론 통상 차원에서도 한국만의 서비스가 있어야 선택지가 넓어져 협상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가령 정부가 한국 자동차는 무조건 한국 AI서비스를 탑재하라는 식으로 규제할 경우 세계시장 흐름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문 전 장관의 지적이다.
그는 2022년 5월 퇴임 이후 지난 3년간 연세대 경제대학원에서 특임교수로 근무하며 ‘한국의 산업정책’을 강의해 왔다. 지난 6월에는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들의 현장감 있는 이슈 해결에 기여해보고 싶어 법무법인 율촌에 고문으로 합류했다. 그는 “통상, 제조업, 에너지 등 분야별로 기업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 자문을 제공하고 규제개혁이 필요한 분야에는 제도개선도 건의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