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더니즘 회화의 거장 장욱진(1917∼1990)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특별 회고전 ‘장욱진: 영원한 집’이 오는 7월 19일까지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열린다.
장욱진은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유영국과 함께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2세대 서양화가’이자 한국 모더니즘의 기틀을 다진 ‘1세대 모더니스트’로 꼽히는 작가다.
이번 전시는 장욱진의 삶과 철학을 집중 조명하는 해외 첫 회고전이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과의 공동 기획으로 ‘가족도’(1972) ‘나무와 정자’(1977·사진) ‘감나무’(1987) 등 장욱진의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주요 작품 40여 점이 2층 전시 공간에 걸렸다. 1층 미디어아트 전시 공간에는 장욱진 그림 속 주요 모티프가 화려한 영상으로 2개의 벽면을 가득 메웠다. 작가의 장녀인 장경수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명예관장은 “인류 보편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탐구는 아버지 작업의 핵심이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바쁜 일상 속 뉴요커들이 잠시 멈춰 서서 진정한 평온과 사유의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욱진의 작품세계를 국제 미술계에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화집 <황금방주>의 실물도 함께 전시했다. 이 화집은 1992년 뉴욕의 권위 있는 예술 출판사 리미티드에디션즈클럽(LEC)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장욱진을 선정해 제작한 것이다. 작가가 생전에 직접 고른 12점의 유화를 정교한 수작업 판화로 만들어 완성했다. <황금방주>는 LEC가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이후 처음으로 동양 작가의 작품을 출간한 사례로, 한국 추상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황금방주라는 제목에는 장욱진의 예술적 가치를 ‘황금’에 비유하고, 그 가치가 시대를 넘어 예술의 본질을 품은 ‘방주’가 됐다는 의미가 담겼다. 조희성 뉴욕한국문화원 큐레이터는 “장욱진은 K컬처의 뿌리에 자리한 한국적 사유와 정서의 깊이를 가장 섬세하게 구현한 예술가”라며 “그의 작품세계를 깊이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