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글로벌 CEO 인터뷰 - 필 맥도널드 영국 싱크탱크 엠버 창립자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최전선에서 데이터를 통해 해답을 제시하는 싱크탱크가 있다. 바로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엠버(Ember)다. 2020년에 설립한 엠버는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에너지가 전 세계 전력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데이터 기반으로 추적·분석해 전 세계에 공개하는 비영리조직이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력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 제안까지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엠버의 데이터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정부 기관, 주요 언론과 기후 단체들이 참고할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엠버는 지난 4월 여섯 번째 연례 보고서 〈글로벌 전력 리뷰 2025〉를 발간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풍력 등 청정에너지 비중이 처음으로 40%를 넘었다. 이는 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 전기 수요의 93%를 차지하는 88개국의 데이터를 포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쉽게도 한국의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은 10%, 태양광발전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엠버를 공동 창립한 인물이 바로 필 맥도널드(Phil MacDonald) 전무이사다. 영국 정치권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정확한 데이터와 분석이 절실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엠버를 창립했다. 필 맥도널드 전무이사에게 엠버의 설립 배경과 비전, 그리고 태양광·풍력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전력 시장의 현주소와 향후 전망까지 폭넓게 들어봤다.
- 엠버는 어떤 조직인가.
“2020년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직전에 설립했다. 우리는 전 세계적 에너지 전환을 이해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고자 한다. 태양광과 풍력이 세계 전력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단순히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전문가들이 정책입안자나 언론에 전환의 의미를 설명하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영국 정치 분야에서 일하면서 석탄·석유·가스가 청정에너지로 대체되는 과정에 대해 정책입안자들이 제대로 된 데이터와 통찰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
- 엠버의 〈글로벌 전력 리뷰 2025〉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전력의 40.9%가 청정에너지다.
“전 세계 에너지 시스템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가격 면에서 태양광·풍력이 기존 화석연료보다 훨씬 더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에서 소비자와 전력 회사가 더 저렴한 태양광과 풍력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의 성장은 경이로울 정도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에너지원이며, 앞으로도 그 속도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태양광발전은 20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전력원이 됐다.
“태양광의 핵심 장점은 모듈화(modularity)다. 빠르게 제조해 설치할 수 있고, 설치하자마자 전기를 생산한다. 또 자본이 마련되면 언제든 패널을 추가할 수 있다. 움직이는 부품이 없고, 연료도 공짜이며 무한하다. 이는 태양광이 다른 전력원보다 압도적 경쟁력을 갖게 한 요소다. 리튬 배터리 가격이 극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점도 중요하다. 태양광과 배터리는 결합할 경우 24시간 전력 공급이 가능해진다. 앞으로 태양광 성장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 엠버는 각국의 석탄 감축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EU(유럽연합)다. EU는 정치적·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전력 부문의 전환이 지속되고 있다. 2024년에는 처음으로 태양광이 석탄발전량을 넘어섰다. EU의 전력 부문 탄소배출량은 2007년 정점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고,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도 감소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은 34%에서 48%로 증가했고, 화석연료 비중은 39%에서 29%로 내려갔다. 또 하나는 아시아다. 아시아는 세계 석탄발전의 83%를 차지하지만, 이제는 청정 전력 투자가 화석연료 투자를 크게 앞선다. 아시아의 태양광·풍력 비중은 세계 평균과 거의 비슷해졌고, 2024년에는 아시아 전체 전력의 29%가 재생에너지에서 나왔다. 중국과 인도는 세계에서 풍력·태양광발전량 기준으로 5대 강국 안에 든다.”
- 유럽의 재생에너지 전환 및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유럽은 전력 생산을 위해 장기간 가스 수입에 의존해왔다. 이에 따라 대체 에너지원이 필요했고, 석탄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도 고려해야 했다. 각국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 실험을 했고, EU 차원에서는 장기 목표를 설정해 시장을 유도했다. 2019년 출범한 유럽 그린딜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강력한 정책 신호를 보냈다. 여기에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REPowerEU 정책이 도입돼 풍력과 태양광 목표를 더 높였다. 시장의 힘도 작용했다. 자국에서 생산한 청정 전력은 가스 가격 급등으로 인한 전기요금 폭등을 방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전략이 됐다.”
- 영국은 석탄발전을 완전히 퇴출했는데, 어떻게 가능했나.
“영국은 석탄을 대체할 새로운 전력원이 필요했다. 그 해답이 해상풍력이다.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해상풍력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을 마련했다. 현재 영국의 해상풍력발전 용량은 14.7GW이며, 2030년까지 50GW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육상풍력, 태양광, 배터리(가정용·대규모), 수력, 기존 원전, 유럽 대륙과의 전력 연계도 함께 추진 중이다.”
- 아시아의 에너지 전환이 느리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일까.
“시장에 맡겨야 한다. 더 저렴한 새로운 발전원을 전력망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국가에서 기존 화석연료 발전소가 전력 공급 계약을 유지하고 있어 값싼 재생에너지가 들어올 길이 없다. 중앙집중식·화석연료 친화적 규제 체계를 바꿔야 한다. 경쟁적 전력시장 도입, 저렴한 전력(대부분 재생에너지) 우선 공급 규제, 화석연료 보조금 철폐가 필요하다.”
-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청정 전력으로의 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다. 지정학적 긴장과 무역 불확실성 속에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투자자에게 일관된 정책 신호를 보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자는 기회를 포착할 자신감을 갖기 어렵다. 한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주도의 전환, 지역경제 혜택, 2040년 석탄 퇴출, 전국 전력망 투자 등을 약속했다. 이는 긍정적 신호지만, 반드시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 한국은 에너지 구조가 매우 취약하다.
“2024년까지 한국의 석탄 비중은 2015년 43%에서 30%로 줄었다. 하지만 대부분을 가스가 메우고 있다. 가스 비중은 같은 기간 22%에서 29%로 올랐다. 이제는 태양광·풍력·배터리 같은 재생에너지가 석탄과 가스를 모두 대체해야 한다. 강력한 정책과 투자자·지역사회와의 소통이 필수다.”
- 한국은 지형적 한계와 전력망 문제가 있다. 실질적 해결책은 무엇일까.
“한국은 해상풍력 잠재력이 크다. 2020년 한국에너지공단의 추정에 따르면 해상풍력 경제적 잠재량은 41GW로, 2030년 목표인 14.3GW의 3배에 달한다. 제대로 된 지원 정책이 있다면 해상풍력은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 될 수 있다. 해상풍력 특별법이 내년에 시행되는데, 영국처럼 신속한 인허가 절차가 전환 성공의 열쇠다. 또 영국의 차액계약제(CfD)는 해상풍력 투자자에게 수익을 보장하면서도 비용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농지 태양광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혁신이다. 농업과 태양광발전을 동시에 할 수 있어 토지 이용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에 혜택을 줄 수 있다.”
- 인공지능(AI), 전기차, 데이터센터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기존 전력망 대체가 가능할까.
“태양광과 배터리는 가장 빠르게 설치할 수 있는 전력원이다. 특히 AI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공급원이 될 것이다. AI를 키우고 싶다면 반드시 청정 전력 확대 계획도 병행해야 한다.”
- 한국의 기업이나 정책입안자 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2가지 기술혁명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태양광·풍력의 폭발적 성장과 AI의 급속한 확산이다. 이 2가지는 비용 급락, 성능 향상, 필요성 증가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2020년대를 정의하는 기술이 될 것이이다. 2030년경에는 이 두 혁명이 문명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정부는 지금부터 이에 대비해야 한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