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조선협력 카드에…美 "A게임 가져왔다"

8 hours ago 1

< 트럼프에 ‘관세 협상’ 설명하는 베선트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맨 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노르웨이와의 정상회담 도중 한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를 묻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 “매우 성공적인 양자 회의를 했다”고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트럼프에 ‘관세 협상’ 설명하는 베선트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맨 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노르웨이와의 정상회담 도중 한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를 묻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 “매우 성공적인 양자 회의를 했다”고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미 통상 협상이 24일(현지시간) ‘2+2 협의’를 시작으로 성공적으로 발을 뗀 것은 한국이 제시한 ‘조선업 협력 패키지’가 주효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협의에서 한국이 미국 해운·조선업 재건에 도움을 줄 방안을 프레젠테이션으로 발표했고, 이에 만족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이 최상의 제안(A Game)을 가지고 왔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협의 후 연 현지 브리핑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일인 7월 8일 전까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7월 패키지’를 마련할 것과 공통 관심사인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투자 협력, 통화정책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협의에는 최 부총리, 안 장관, 베선트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했다.

베선트 장관은 협의 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측과 매우 성공적인 양자 회동을 했다”며 ‘A Game’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최상의 실력을 발휘했다는 뜻으로, 한국의 협상 태도와 전략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안 장관은 이날 한국이 미국의 ‘해양 지배력 강화’를 위해 조선·해양 인력 교육과 선박 건조 등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총리는 “미국의 상호·품목관세가 양국 간 경제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고, 한국에는 관세 면제와 예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장 큰 자동차 분야에 관해서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K조선 지렛대로 관세협상 첫단추…美, 군수지원함 건조 요청하나
"美 조선업 재건 한국이 돕겠다"…4대 핵심쟁점 다음주 실무협의

< 협상 ‘굿 스타트’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한·미 2+2 통상 협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협상 ‘굿 스타트’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한·미 2+2 통상 협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4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재무부 청사에서 이뤄진 한·미 2+2 통상 협의의 ‘화룡점정’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조선 협력 방안 발표였다. 회동을 앞둔 정부는 조선 협력이 한국만 제시할 수 있는 카드라고 보고, 미국 해양·조선 관련법과 행정명령을 참고해 면밀하게 협력 패키지를 준비했다. 협의 이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한국이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지고 왔다”고 밝히면서 ‘K조선’이 양국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급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미국과 협상차 방미 중인 다른 나라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 대표단에 ‘미국의 반응이 놀랍다’며 비결을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덕근 “조선 협력에 미국 긍정 반응”

韓 조선협력 카드에…美 "A게임 가져왔다"

안 장관은 이날 2+2 협의 후 열린 브리핑에서 미국 측 반응에 대해 “우리 조선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하고 있는 부분과 앞으로 구축할 수 있는 비전, 기술 협력 등 미 행정부에서 굉장히 목말라하는 조선업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한 (대화가) 잘 맞아 들어갔다”고 전했다. HD현대의 대미 인력·기술 교류,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투자 등이 좋은 사례로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안 장관은 미국 해양·조선업 재건에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폭넓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기업의 추가 투자 방안과 해양 인력 육성 협력 방안, 국내 조선소가 소화할 수 있는 신규 선박 건조 일정 등을 설명했고 미국이 만족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협상을 앞두고 정부는 국내 대형 조선사를 대상으로 독 운영 계획과 건조 일정을 상세히 파악했다. 미국 의회에서 재발의를 논의 중인 ‘십스 액트’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서명한 ‘해양 지배력 강화’ 행정명령을 면밀히 검토해 협의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표단엔 이 일을 맡은 산업부 조선해양플랜트 과장과 총괄 서기관이 동행했다.

◇군수지원함 건조도 제시할까

조선업계에선 미국 측이 한국 조선사에 군수지원함 건조가 가능한지 검토를 요청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미 해군 군수지원함은 전 세계 해상에서 작전을 펼치는 미국 전투함에 물자를 지원하고 유류를 공급하는 ‘바다의 공중급유기’ 역할을 한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미국 측에서 공식적으로 새 배 건조에 대해 요청받은 건 없다”면서도 “과거에도 해군 관계자 등이 방한할 때마다 해당 내용(군수지원함)은 미국 측 단골 질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비상시 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민간 선박인 전략상선단과 군수지원함, 전투함 등의 건조를 추진 중이다. 전략상선단은 전시에만 동원할 수 있고, 전투함은 비밀 사항이 많아 한국과의 협력은 군수지원함 건조부터 시작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선박을 지은 경험이 있는 HD현대와 한화오션의 특수선 독을 총동원하면 4~5척 ‘동시 건조’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30일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협력이 속도를 낼 수도 있다. 펠란 장관은 울산의 HD현대, 거제의 한화오션 조선소를 둘러보고 각사 고위 관계자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와의 면담도 예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도 같은 기간 방한해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7월 패키지 마련 일정은

정부가 관세 면제를 위한 논의 테이블 마련에 성공하면서 향후 협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한·미 양국은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4대 핵심 분야의 협의 방식과 범위를 다음주 확정 짓기로 했다. 조선 등 산업 협력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비관세 분야 등 다양한 협의 채널이 마련돼 협상 타결 목표로 정한 7월 8일까지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다음달 15~16일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회의에 참석해 ‘중간 점검’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훈/김리안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daepun@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