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1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상정되기 직전에 본회의장을 떠났다. 그는 취재진 질의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수고 많았다”, “다친다. 조심하시라” 등의 말만 남기고 자리를 피했다.
기재부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 부총리가 탄핵안이 상정되기 직전인 오후 10시28분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사퇴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날 앞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사표를 수리했다. 한 대행의 사직서는 2일 0시 수리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대법원이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고, 한 대행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예고하자 최 부총리와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 카드로 맞불을 놨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오후) 3시에 대법원이 파기 환송을 선고하고 4시에 한덕수가 사퇴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이 무슨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안 신속히 처리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취재진과 만나 “(탄핵안 처리 방침이) 대법원 판결과 연결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하는 의원도 있었다”면서도 “국정 공백이 생길까 봐 탄핵을 자제해왔는데, 한 총리가 사퇴함으로써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야기한 꼴”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도한 최 부총리 탄핵안 상정에 반발했으나 한 대행이 최 부총리 사표를 수리해 본회의 표결은 중지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정부의 면직 통지로 탄핵안 표결이 중지됐다”고 선언했다. 최 부총리 사표 재가에 따라 국회 탄핵소추안 투표가 불성립되면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