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1대당 800만원 오를 판"…현대차·BMW 줄줄이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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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자동차 업계는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의 판매에 비상이 걸렸다. 완성차 업계는 재고를 우선 판매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동결하는 등 관세에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인 미봉책으로, 정부 차원의 적극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자동차·철강은 예외다. 지난 3일 발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품목 관세' 25%가 적용됐다.

완성차 업계는 일단 재고 물량을 최대 활용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판매 차량 가격을 2개월간 동결하기로 했다. 관세 적용 이전의 미국 수입 물량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일본 도요타도 비용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미국 자동차 판매가격을 당분간 동결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미국 판매 차량의 약 40%를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조달하고 있다. 독일 BMW는 멕시코산 차량에 부과되는 관세를 자사가 부담해 미국 내 판매 가격을 약 한 달간 동결하기로 했다.

미국에 생산기지가 없는 독일 아우디도 현지 수출 차량 출고를 보류하고, 미국 내 기존 재고를 먼저 판매하기로 했다. 영국 브랜드 재규어 랜드로버는 이달 미국 자동차 수출을 중단했다.

관세 때문에 공장을 중단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지프, 크라이슬러 등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는 캐나다와 멕시코 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관세로 결국 미국 내 자동차 가격 인상" 전망

당장 있는 재고를 활용하는 전략은 일시적 대책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 한 두 달가량은 재고를 활용해 가격 동결 여지가 있지만 관세 영향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내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라잣 굽타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평균 판매 가격은 1대당 최대 5300달러(약 800만원)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고가 브랜드인 재규어 랜드로버, 아우디의 경우 관세 여파로 차량 가격이 대당 2만달러(약 30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지난 2일 이후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모델의 가격을 최대 10% 인상했다.

미국 내 신차 가격 인상으로 월별 신차 할부금 납부액도 기존보다 6~9%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영국 조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가격 상승 압력은 미국 국산 차와 중고차, 자동차 수리 서비스, 자동차 보험료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차 가격 상승은 소비 위축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다시 제조사의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자동차 판매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자회사 BMI는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 성장률 전망치를 이전 2.6%에서 2.2%로 낮췄다. 애널리스트들은 "부품에 대한 관세가 차량 생산비용을 끌어 올리고 소비자에게 전가돼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미국 일부에서는 관세 전 자동차를 서둘러 구매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에 전년 동월 대비 13.1% 증가한 8만7019대를 판매했다. 이는 3월 기준 최고 역대 실적이다. 기아는 전년 대비 13.1% 증가한 7만8540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 역시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19% 증가했다. 포드는 미국 브랜드지만, 머스탱 마하E나 미국 내 주력 상품인 픽업트럭 매버릭을 멕시코에서 전량 조달하고 있어 관세 사정권에 들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월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후 4년 동안 210억 달러(약 30조8175억원) 규모의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정 회장 옆에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성 김 현대차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월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후 4년 동안 210억 달러(약 30조8175억원) 규모의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정 회장 옆에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성 김 현대차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트럼프 관세 정책 두고 "국가 대응 절실"

완성차 업계는 관세 정책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0일 관세 유예하면서 협상에 여지를 둔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짓고 미국 내 연산 120만대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정부 차원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관세 협상 모멘텀을 마련했다.

유럽 주요 자동차 업체인 BMW나 폭스바겐 등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만나 미국과 유럽 양측에 관세 인하를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관세 인하를 촉구한 업체 중에는 다국적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EU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업계 리더들이 해결책의 일환으로 양측 관세를 낮추는 것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관세로 인해 GM, 포드 같은 미국 자동차 업체도 관세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협상의 여지가 있다. 국가 대 국가의 협상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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