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이 운항을 재개했다. 인근 변전소 화재로 정전이 발생해 폐쇄된 지 18시간 만이다.
2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날 저녁 영국항공 항공기 한 대가 히스로 공항에 착륙했다. 이후 맨체스터에서 출발한 단거리 항공편 등이 추가로 착륙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행 영국항공 항공편도 오후 9시께 히스로 공항에서 이륙했다.
앞서 히스로 공항은 이날 밤 11시 59분까지 공항을 폐쇄한다고 공지했다가 오후 들어 일부 항공편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토요일인 22일에는 전면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영국 정부는 공항 폐쇄로 밀렸던 항공 수요를 처리하기 위해 야간 비행 제한 조치를 일시 해제했다. 영국항공은 이날 밤 장거리 항공편 8편의 운항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폐쇄로 항공편 1300여편, 승객 20만여명이 영향을 받았다. 승객들이 비행 일정을 재조정하고 항공사들도 항공기와 승무원들을 재배치하는 작업을 해 나가면서 충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 전문가들은 유럽 내 공항의 대규모 혼란은 2010년 이후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아일랜드의 화산이 폭발해 항공편 10만편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또 항공업계는 이번 사고로 수천만 파운드(수백억원)의 재정적 타격도 입을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공항 폐쇄가 발표 전 런던으로 출발했던 런던행 항공편 약 120편이 경로를 변경하거나 회항했다. 히스로 공항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영국항공의 경우 21일에만 10만명 이상을 태울 예정이었던 670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유로스타는 히스로 공항 폐쇄로 발이 묶인 여행객들을 위해 런던과 파리 간 열차를 2대 증편했다.
히스로 공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바쁜 공항이다. 민간항공청(CAA)에 따르면 히스로 공항 터미널 이용객 수는 지난해 8385만7000명이었다. 국제선 승객은 하루 23만명으로 두바이 공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이날 히스로공항을 이용하려던 많은 승객이 발이 묶이면서 큰 불편을 겪었다. 항로가 대거 변경되고 대체 교통편을 찾는 승객이 개트윅 공항 등 인근 공항으로 몰리면서 혼란이 확산했다. 공항 인근 호텔 숙박료도 평소의 5배 가격으로 치솟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관계 당국은 공항 정전을 일으킨 인근 변전소의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전력 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런던 서부 헤이스에 있는 노스 하이드 변전소는 공항에서 약 3km 떨어져 있다. 히스로 공항은 비상시 전력 공급 체계가 예상대로 가동됐지만, 공항 전체를 운영할 만큼 충분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은 변전소에서 냉각 오일이 다량 든 변압기에 불이 붙은 것으로 파악했으며 경찰은 대테러 수사 인력을 투입했다. 런던경찰청 대변인은 "런던소방청과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부정행위(foul play)의 징후가 없으나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변전소의 위치와 사건이 중대 국가 인프라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 경찰청의 대테러 수사본부가 현재 조사를 이끌고 있다"며 "이는 원인을 파악하고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속도로 수사를 진전시킬 수 있는 본부의 전문적인 자원과 역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너선 스미스 런던소방청 부청장은 "런던경찰청이 소방청의 협조 속에 화인을 조사 중"이라며 전력공급 업체 내셔널 그리드와 협력해 화재 현장을 평가하고 전력 복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