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ICC 탈퇴, 체포 불법” vs “인터폴에 협조한 것”
두테르테 필리핀 떠난 다음날 법무부의 인도 증명서 발급도 지적
◆ 두테르테, 체포에서 재판까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11일 홍콩에서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필리핀 경찰에 전격 체포돼 파사이의 빌라모르 공군기지에 구금되어 있다가 당일 헤이그로 이송됐다.
필리핀 대통령궁은 ICC가 두테르테에 대한 공식 체포 영장을 발부했으며 영장 사본을 ICC 마닐라 사무소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당시 밝혔다.인터폴은 ICC가 발부한 영장에 따라 필리핀 당국에 체포 협조를 요청했고 필리핀은 인터폴 회원국이어서 ICC를 대신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체포에 협조했다는 것이다.
두테르테는 체포 당시 인터폴 담당자가 현장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12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에 수감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14일 재판이 시작됐다. 두테르테측은 ICC와 필리핀 국내에서 체포 인도의 절차적 합법성을 다툴 것으로 예상됐다.필리핀은 두테르테 재임(2016∽2022년) 기간 중인 2019년 ICC에서 탈퇴해 관할권이 없다는 것이다.
◆ 필리핀 의회에서 공방
마닐라타임스 등에 따르면 21일(현지 시간) 필리핀 의회 청문회에서 헤수스 레물라 법무장관은 “지금까지 ICC와 공식적 비공식적 소통이 없었다”며 인터폴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했다.
아이미 마르코스 상원외교위원장은 인터폴의 국제 수배 요청서에 “필리핀 정부와 사전 협의‘라는 문구가 있다며 정부가 깊이 관여했다고 맞섰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이자 부통령인 사라 두테르테는 “정부가 ICC를 이용해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닐라타임스는 비평가들은 이 체포가 필리핀법과 국제법 기준을 모두 위반했다고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마르코스 의원이 주도하는 청문하는 체포의 적법 절차가 준수됐는지를 따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필리핀을 떠난 후에야 인도 증명서 발급 등 절차적 불법”
워싱턴 DC에 있는 필리핀 대사관의 전직 언론담당관인 아돌포 파글리나완은 이 사건이 필리핀의 법적, 외교적 환경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글리나완은 ICC 검찰청과 인터폴간의 협력 협정에 따르면 인터폴 회원국인 필리핀은 공식 통지 또는 확산 요청을 통해 체포를 실행해야 했지만 이런 절차가 빠졌다는 것이다.
그는 “적색 통지가 없었다는 것은 두테르테의 체포가 적절한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체포의 합법성에 대한 심각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관리들이 처음에는 체포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했지만 새로운 증거에 따르면 고위 당국이 사전에 국제 기관과 협의했으며 ICC 요청을 준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인도되기 위해 필리핀을 떠나기 전 필리핀 사법부의 공식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는 “법무부는 두테르테가 떠난 지 하루가 지난 12일 인도 증명서를 발급했다”고 말했다.
한편 필리핀 자금세탁방지위원회(AMLC)는 ICC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체포 및 구금에 따라 그의 자산을 동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대통령 재직시 ‘마약과의 전쟁’으로 보안군에 의해 6252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한 인권 침해로 ICC에 의해 조사, 기소됐다. 인권단체들은 실제 희생자가 3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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