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영국이 파운드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개인과 기업에 각각 일시적인 보유 한도를 두기로 했던 방침을 철회하되 총 발행규모만 제한하기로 했다. 또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을 영국 국채로 운용할 수 있는 비중도 높여 발행회사들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앞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은행 예금의 대규모 유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파운드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일시적인 보유 한도를 두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당초 초안에 따르면 개인은 코인당 2만파운드(원화 약 4000만원), 기업은 1000만파운드(원화 약 200억원)로 각각 보유 한도가 제한될 계획이었다.
영란은행은 22일(현지시간) 자국 통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보유 한도 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스테이블코인 1종류당 총 발행 규모를 400억파운드(원화 약 528억달러)로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안을 제시했다. 영란은행은 이 방식이 기존 규제 목표와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도 발행사 입장에서는 훨씬 관리가 쉽다고 설명하며 이 한도 역시 향후 단계적으로 확대된 뒤 최종적으로 폐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시스템적으로 중요한(Systemic) 스테이블코인 운영을 위한 새로운 실무규정(Code of Practice) 초안에서 발행사가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영국 국채를 기존 계획보다 더 높은 비중으로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당초 영란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을 뒷받침하는 준비자산의 최소 40%를 영란은행의 무이자 예치금으로 보유하도록 하고, 나머지 60%를 단기 국채로 보유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는데, 이번에는 영국 국채에 70%, 중앙은행 무이자 예치금에 30%를 보유하도록 했다.
영란은행은 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마련된 이번 변경안이 파운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사업성을 높이고 운영을 단순화하는 동시에 이용자 보호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규제안은 디지털 경제 시대에 맞는 새로운 화폐 인프라 구축의 일환이다. 영란은행과 영국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현금과 동일한 수준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함으로써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고 일반 소비자들의 사용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인 파이어블록스(Fireblocks)의 바룬 폴 정책총괄은 “보유 한도에서 발행 한도로 전환한 것은 정책 목적에 더 부합하고 현실적으로도 훨씬 실행 가능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다만 “중앙은행 준비금 30% 의무는 여전히 영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파운드 같은 법정통화 가치에 연동되는 디지털 토큰으로, 특히 국가 간 결제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통과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90% 이상이 달러 기반인 만큼, 영국은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영란은행은 2027년 초까지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규제체계를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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