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폭력 단호히 반대”…경찰 책임론도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직후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폭력 난입사태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비대위 회의를 열고 “불법 폭력행위는 대통령을 위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폭력은 극심한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져 결국 히틀러와 같은 극단적 독재자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합법의 테두리를 뛰어넘는 증오는 대통령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폭력만은 안 된다는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폭력의 책임을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경찰의 과잉 대응, 폭력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충분하게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했다. 폭력 사태에 대한 책임이 경찰에도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권 원내대표가 강경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윤 대통령 체포 이후 보이던 보수 결집 흐름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윤 대통령 체포와 구속영장 발부를 지적해온 만큼 폭력 시위를 비판하면서도 시위에 나선 이들을 위해 경찰 책임론을 함께 제기하는 딜레마 상황에 처했다는 것. 원외인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이날 “윤 대통령의 승리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함께 거병한 십자군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소장파 재선 의원은 “지금 당 지도부가 명확한 스탠스를 잡지 못하면 중도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 민주 “백골단 국회 끌어들인 與 책임”
민주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이번 사태를 당론으로 ‘폭동’이라고 규정하면서 대대적인 공세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연 뒤 “(폭력 사태는) 민주공화국의 기본적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불법 행위 가담자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폭력을 선동한 자들도 발본색원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민주당은 폭력 사태의 배후에 국민의힘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10일 자칭 ‘백골단’이라고 밝힌 ‘반공청년단’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했던 점을 언급하며 “백골단을 국회로 끌어들이고 공권력의 법 집행을 몸으로 막아 갈등을 키우고 폭력을 부추긴 국민의힘도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 법치 질서를 부정한 언행에 대해 국민께 백배사죄하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도 “폭도들의 법원 난입·난동 사건과 관련해서는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그 부분을 교사하고 조장한 정황이 있다”며 “법적 처벌을 적극 검토할 생각”이라고 했다.
야권에서 이같은 주장이 이어지자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핵심 당원에게 보내는 긴급 메시지를 통해 “더 이상 물리적 충돌과 폭력이 있어선 안 된다”며 “자제해 주실 것을 시민 여러분께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긴급 현안질의를 열고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오동운 공수처장,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을 불러 폭력 난입 사태의 실태와 배후에 대해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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