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합참의장 회의… 韓 첫 개최
11년전 첫 회의 언급하며 “책임 분담”
‘北넘어 中까지 대응 확장’ 우회 요구
케인 의장은 11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합참의장(Tri-CHOD) 회의 모두발언에서 북한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언급하며 “중국과 북한은 명확하고 분명하게 목표한 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인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군사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2014년 시작된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케인 의장은 회의에서 첫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를 언급하며 “당시엔 (역내 안보 도전이) 거의 전적으로(almost solely)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국한돼 있었다”고 했다. 이어 “첫 회의에서 당시 미 합참의장은 ‘우리는 함께 역량 강화부터 진정한 책임 분담(sharing responsibility)까지 3국 파트너십의 미래를 밝혀가고 있다’고 했다”며 “오늘날 우리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민감한 국면(delicate chapter)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주한미군 역할·규모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인 의장이 이날 ‘책임 분담’을 거론한 것을 두고도 북핵 위협에 초점을 맞췄던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역할을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미군 서열 1위 합참의장, 中위협 강조… 주한미군 재조정 가능성
美합참의장 “北中 군사력 증강”
“억제력 재확립 초점, 3국협력 필요… 北-中 넘어 세계 안보 목표로 해야”
연합훈련 中견제 확장 가능성 시사
3국 의장, 해군 2함대 ‘천안함’ 찾아
11일 개최된 한미일 합참의장(Tri-CHOD) 회의에서 미군 서열 1위 댄 케인 합참의장은 “북한과 중국이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첨단 군사 기술을 이전받으며 러시아와 밀착하고, 중국의 군사력 팽창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한미일 안보협력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 “한미일, 北中 넘어 전 세계 안보 목표로 해야”케인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의 초점은 억제력 재확립(reestablishing deterrence)에 있다”며 “이를 위해선 우리 세 나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3국 군사 훈련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억제력 확보에 집중해 왔지만 앞으로는 중국 견제 목적 등도 동반한 ‘다목표 훈련’으로 진화할 필요성을 밝힌 셈이다. 실제로 이날 케인 의장은 해상, 공중, 사이버 등 다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3국 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 등을 언급하며 “모든 3국 간 협력은 전술적 전투 수행 단계에서부터 최고위급 수준에 이르기까지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 세 나라의 안전과 안보를 지키고, 더 나아가 이 지역과 전 세계 안보를 위한 일”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한미일은 지난해부터 3국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를 매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2023년 한미일 정상이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통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3국 연합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날 케인 의장의 발언은 한미일 3국 연합훈련이 대북 대응을 넘어 대중 견제를 목표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일본 통합막료장(우리 합참의장 격)으로는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요시다 요시히데(吉田圭秀) 통합막료장도 모두 발언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모호성이 심화되고 있다”며 “한미일 협력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핵심축이 될 수 있도록 이번 회의를 출발점으로 협력을 더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중국 견제와 미 본토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 전략 기조에 힘을 싣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고 역내 안보 도전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추동력을 유지하고 지속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합참의장은 회의 직후 발표한 공동보도문에선 “한미일 안보협력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3국 간 협력을 심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고 밝혔다.
●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수순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미국이 추진 중인 주한미군 규모 및 역할 재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한미군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반도의 ‘인계철선’으로 두는 대신 대테러 전쟁, 중국 견제 및 대만 사태 대응 등 미군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투입 가능한 전력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인 의장이 2014년 처음 열린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 당시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의 말을 빌리는 형식으로 ‘책임 분담’을 강조한 것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고 북한에 대한 대응은 사실상 한국이 전담하는 방식으로 동맹 기여를 높여야 한다는 의중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 책임연구위원은 “(케인 의장의 발언은)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 별개가 아니라 현재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이고 그 안에 북한의 위협이 존재한다는 뜻”이라며 “중국의 위협에 맞서 주한미군의 역할도 얼마든지 조정되고 변화될 수 있다는 맥락”이라고 했다.
다만 군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중국 위협 문제가 거론된 건 맞지만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등의 문제는 전날 한미 양자 회의에서는 물론이고 3국 간 회의에서도 거론되지 않았다”고 했다.
● 천안함 찾는 등 대북 대응 공조 의지도 과시
한미일 3국 의장은 회의를 마친 직후 2010년 북한에 피격된 천안함 실물이 전시된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를 찾았다. 북한과 가까운 해병대의 한 부대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등도 3국 의장이 방문할 후보지로 검토됐지만 천안함이 있는 부대가 3국의 대북 대응 공조 의지를 보여줄 상징성이 가장 큰 장소로 평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 중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 전략폭격기 B-52H가 지난해 4월 이후 1년여 만에 한반도에 전개돼 우리 공군 및 일본 전투기 등과 3국 공중 훈련을 실시하며 북한 위협 억제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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