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플레이션은 낮은 상태로 지속되던 물가 상승률이 지정학적 충격, 에너지 병목, 재정 과잉, 공급망 교란 등의 요소가 겹치며 갑자기 뛰어오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상당 기간의 저물가 국면이 스파이크플레이션의 전제가 되는 셈이다. 그만큼 경제와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클 수밖에 없다.
◇ G20 물가, 4.0% 상승 전망
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최근 중동 분쟁 여파로 주요 20개국(G20)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3.4%에서 올해 4.0%로 오를 전망이다.
중동 에너지 생산과 수출 차질이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물가는 올해 0.4%포인트, 내년 1.3%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때 세계 성장률은 올해 2.1%, 내년 1.8%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OECD는 예상했다.
하지만 각국 정부의 대응 여력은 충분치 않다. 국제통화기구(IMF)는 지난 4월 재정점검에서 세계 공공부채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94%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2029년에는 1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사회지출, 국방, 전략산업, 국채 이자 등의 비용이 동시에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IMF는 최근 중동 분쟁이 각국 정부의 재정 취약성을 더 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정 지출을 통해 물가 상승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투자 자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영국 자산운용사인 로열런던자산운용 분석에 따르면 연 2% 미만의 낮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는 국면에서 미국 주식 수익률은 연평균 10%를 웃돌았다. 미 국채도 연평균 4%의 수익을 냈다. 하지만 스파이크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주식 수익률은 2% 미만으로 떨어지고, 국채는 연 2% 손실을 기록했다.
◇ 이례적인 주가 상승도 리스크
시장에서는 스파이크인플레이션에 따른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연 4.45%, 30년 만기 금리는 5% 안팎까지 올랐다. 지난달 30년 만기 입찰 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연 5%를 넘어섰다. 그만큼 국채 투자자의 수익률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4월 미국 집주인들은 전체 주택 매물의 5.8%를 거둬들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고치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리가 높아지면 주택 구매자는 주택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여기에 응하지 않는 매도자가 매물을 거둬들인다.
다만 최근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열풍에 힘입어 연 14% 수익을 냈다. 최근 뱅가드가 운용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ETF(VOO)가 상장지수펀드(ETF) 사상 최초로 총운용자산 1조달러(약 1500조원)를 넘어선 것도 이런 영향이다. 이 ETF는 S&P500은 시가총액 가중 지수이기 때문에 AI와 대형 기술주가 오를수록 포트폴리오에서 관련 종목 비중이 커진다.
로열런던 자산운용 관계자는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시장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손실을 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 원자재 등 인플레이션에 대한 다양한 헤지 수단을 포함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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