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만기 짧은 단기채권
금리변동 리스크에도 안정적
에너지株는 트럼프 정책 수혜
美에 치중한 포트폴리오 위험
아시아 신흥국에도 분산 투자
40대 중견기업 임원 A씨는 10억원 규모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1기 당시 기술주와 중장기 국채에 집중 투자해 두 자릿수 수익을 거둔 경험이 있는 그는 최근 기준금리가 다시 하락하고 있다는 뉴스가 쏟아지자 '그때처럼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며 고율 관세정책을 다시 단행하고 있고, 이에 따라 원자재·소비재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불안정하고 물가는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금리는 분명 내려가고 있지만 시장은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시대가 다르면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산관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2019년 트럼프 1기 당시에는 미국이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무역 갈등 우려가 있음에도 물가상승 압력은 제한적이었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응은 경기 선제 부양의 성격이었다. 그 결과 주식·채권·리츠 등 대부분 자산군이 강세를 보였다.
반면 2025년 현재 트럼프 2기의 금리 인하는 구조가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유럽·멕시코 등 주요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 여파로 원자재·수입 소비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기대 인플레이션도 높아지고 있다.
결국 전략적 자산관리 관점에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 자산별로 살펴보면 채권은 중장기 국공채 비중 확대가 금리 인하에 따른 '자본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현재 시장은 관세정책과 공급망 불안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남아 있는 환경이다. 물가와 정책 리스크가 혼재된 국면에는 금리에 덜 민감하고 유동성 방어력이 높은 단기채권을 일부 병행 편입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위험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주식에서 성장주는 저금리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공급망 위험이 낮은 내수 기반 기업, 정책 수혜 섹터인 에너지·인프라스트럭처와 병행 투자가 바람직하다. 대체투자에선 부동산 리츠보다는 에너지·원자재 상장지수펀드(ETF), 글로벌 인프라 펀드 비중을 높여 지정학적 위험성을 분산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글로벌 자산 배분은 미국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정치·통화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선진국과 구조적 성장 여력이 있는 신흥국 섹터로의 분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트럼프 2기의 관세정책과 자국 우선주 기조는 미국 자산의 정책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이고 있으며, 달러 흐름에도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마러라고 합의' 가능성이 언급되며 1985년 플라자 합의처럼 주요국 간 암묵적인 달러 약세 유도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환율 재조정 가능성과 함께 미국 외 지역, 특히 유럽·아시아 선진국·자원 수출 신흥국 등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는 배경이 되고 있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화 다변화를 고려한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활용, 에너지·인프라·헬스케어 등 섹터별 리스크 분산, 환헤지 전략의 유연한 운용 등이 필요하다.
트럼프 2기의 금리 인하 정책은 복합 환경 속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금리가 내려간다'는 이유로 투자 전략을 반복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금리는 내려가지만, 물가는 오르고, 정책은 흔들린다. 지금은 다층적인 전략만이 자산을 지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시대다. 과거의 성공 경험에 기대어 금리를 좇기보다는 구조를 읽고 장기 생존 전략에 집중하는 자산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유영미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