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새 정부는 4일 출범과 함께 거센 미국발 관세전쟁 대응 현안을 마주하고 있다. 60일의 인수위원회 준비기간은커녕 장관 인선을 채 꾸리기도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로 예고한 철강 관세 50% 부과 공세에 직면한 상황이다. 또한 미국이 3개월 유예한 한국에 대한 25%의 상호관세도 36일 후인 7월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새 정부는 출범 후 외교·통상 전문가를 꾸려 미국과 관세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미 협상 업무를 맡은 경험이 있는 전·현직 관료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맡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말부터 대미 통상협의를 이끌어 온 현 통상당국은 이미 대선 앞두고 각 당의 후보 캠프에 관세 2차 기술(실무) 협의 때 나온 미국의 비관세 장벽 해소 요구 등을 전달하며 업무 인수를 준비해왔다.
협상 주체가 새 정부로 바뀌면서 상호관세 부과 하루 전인 7월8일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는 이른바 ‘줄라이 패키지’ 목표는 일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무엇보다 협상 시간이 충분하지가 않아서다. 새 정부가 출범 직후 산업부와 외교부 등 주요 장관을 임명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최소 2~4주가 소요된다. 청문 절차가 필요 없는 통상교섭본부장부터 임명해 새롭게 협의에 임하더라도 결정의 폭이 좁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규제 완화, 고정밀 지도 국외반출 등 미국 측 비관세 장벽 해소 요청을 결정하기 위해선 주요 부처 장관 등 국무위원 인선 마무리가 선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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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
이 같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새 정부의 대미 협상 최우선 목표 역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기간을 연장해 협상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외교안보 참모를 맡아온 김현종 외교안보보좌관은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와의 만남 이후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했고 미국 측 당국자도 고개를 끄덕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이 새 정부의 바람대로 주요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 주요국 역시 지난달 말 미국 국제무역법원(USCIT)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을 계기로 대미 협상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주변국 상황을 보면 우리 역시 시간에 쫓길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우리가 유리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새 정부 출범 후 트럼프 정부와의 대화 시도는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간 대화 후 협상하는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을 선호하지만, 우리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져 정상 간 대화가 어려웠다. 관가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 정상 간 첫 통화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새 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장국인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지난달 G7 외 국가의 초청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국과 호주를 그 예로 든 바 있다. 외교부도 대선에 앞서 캐나다 측의 G7 행사 초청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