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민감국가 폭탄’ 던졌는데…네탓 공방만 펼치는 여야

10 hours ago 4

美지정 이유 안밝혀 혼란 가중
黨지도부·대권주자 설전 가세

민주, 與핵무장론 원인 지목
국힘 “野친중반미 탓” 맞불

정부, 금명간 美에너지부 접촉
발효전 설득 가능할지 미지수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미국 에너지부가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한국을 포함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자 정치권은 책임소재를 놀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게 배경 설명을 하지 않고 있는 점도 ‘자중지란’을 더욱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한미관계에 돌발 악재가 터지자 여야 지도부와 대권주자들까지 논란에 가세했지만 해결책보다는 ‘네탓 공방’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특히 지정 사유로 추정되는 ‘독자 핵무장론’을 두고 각자 목소리를 높이며 상대방을 비난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른 시일 내에 미국 에너지부와 직접 만나 원인을 알아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사태 해결 능력이 있는지조차 미지수다.

17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은 국익과 미래가 걸린 외교까지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는데, 대통령이 탄핵 당한 상황에서 권한대행까지 탄핵하고 친중반미 노선에 이재명과 민주당이 국정을 장악한 것이 이번 사태의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격도 빼놓지 않았다. 권 위원장은 “입만 열면 반미정서를 드러내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비난하며 북한 지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민노총과 함께 거리로 나서고 있는 인물이 유력 대권후보라고 하니 ‘민감국가’로 지정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민주당의 집권을 대비해, 민주당을 불신해서 한국을 민감국가에 지정했다는 설이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민감국가 지정은 ‘핵무장론’ 때문이라는 이재명 대표의 주장을 거론하며 “미국이 민감국가 지정 이유를 밝히지 않았는데 무슨 근거로 ‘핵무장론이 원인’이라고 단언을 하는 것이냐”면서 자위적 핵무장론을 굽히지 않았다.

같은 날 홍준표 대구시장도 자체 핵무장 지론을 재확인하며 “‘한미 동맹’을 넘어 ‘한미 핵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홍 시장은 ‘한미 핵동맹’이 어떤 개념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감국가 지정은 원자력 산업의 경쟁과 협력이라는 거시적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핵무장론이 해외 원전건설 수주에 대한 한미 간 경쟁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최근 독자적 핵연료 농축·재처리 권한 등 ‘잠재적 핵 능력’ 확보를 강조했던 오 시장은 이날은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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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이 독자적 핵무장론을 띄운 것이 화를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또 두 달 가까이 SCL 포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깜깜이’로 시간을 보낸 정부를 성토했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실성 없는 핵무장론, 동맹국에 통보 없이 선포한 계엄 등 상황이 대한민국 국가 체제에 대한 불신을 키워 결국 민감 국가 지정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핵무장을 하겠다는 것은 결국 북한 핵보유를 용인하는 결과”라며 “(핵무장에 따른) 대가 부분은 다 빼고 달콤한 부분만 제시해서 핵무장 운운하며 국민 속이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여당을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민의힘의 독자 핵무장론 주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사실이라면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선동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의 매우 심각한 걸림돌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민감국가 지정을 초래하고도 민감하게 파악 못 한 무능한 권력과 그 잔재로는 더 이상 나라를 지탱하기 어렵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 일각에서 나왔던 핵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 등 ‘핵 잠재력 확보’ 목소리도 단속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 한국의 SCL 추가를 철회하는 국회 차원의 결의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일단 여야는 오는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를 열어 한미 간 후속협의 상황을 파악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미국 측과 조속히 접촉해 한국을 SCL에 추가한 배경을 파악하고 대미 설득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한국을 SCL에 추가한 것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이기 때문에 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차원의 ‘거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정부는 일단 금명 간 현지에서 미국 에너지부 당국자를 만나 SCL 추가 이유 등을 뒤늦게 문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4월 중순까지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제외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관계 전문가들은 미국이 뚜렷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진영논리를 앞세워 공세를 펴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일단은 미국 측에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원인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순순히 그럴지는 미지수이지만 국내에서 억측을 남말하거나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게 되는 게 가장 피해야 할 대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도 “이슈가 급격하게 정치화되는 분위기가 있는데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원인을 파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미국에) 기술 뿐만 아니라 관련 공급망 협력도 필요하다고 설득하면서, 미국이 밝힐 원인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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